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17년 국내에서 평균 연봉이 가장 많은 직업은 국회의원(1억4,000만원)이다. 성형외과 의사(1억3,600만원), 기업 임원(1억3,000만원), 도선사(1억2,000만원)보다 많다. 세비(歲費)로 부르는 국회의원 연봉은 수당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등 세 가지로 구성된다. 올해 국회의원 연봉은 1억5,176만원. 매달 지급되는 수당 873만원과 입법활동비 314만원, 특별활동비 78만원을 합산한 금액이다. 1인당 평균 국민소득의 5배가 넘고 구매력 기준으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사무실ㆍ차량 유지비와 보좌진 9명의 인건비 등은 별도로 지원된다.
□ 국회의원은 비리로 구속돼 의정활동을 할 수 없어도 의원직을 상실할 때까지 수당을 받는다. 입법활동비 등 4,700만원에 대해선 세금 한 푼 안 낸다. 국회가 문을 닫아도 특별활동비가 나온다. 금배지를 다는 순간 면책특권, 항공기 비즈니스석 이용 등 온갖 특혜가 주어진다. 국회의원 스스로 자기 급여를 결정하는 구조여서 매년 셀프 인상이 이뤄진다. 3년 전 시민들이 참여하는 독립적인 기구에서 세비를 산정하는 법안이 상정됐으나 의원들의 무관심으로 흐지부지됐다.
□ 프랑스는 한 회기 동안 공개투표에 절반 이상 빠지면 수당의 3분의 2를 감액하고 본회의에 두 달 불출석하면 의원직에서 제명한다. 벨기에는 상습적으로 불출석할 경우 월급의 40%까지 깎고 본회의 투표에 불참하면 벌금을 부과한다. 스웨덴도 회기 중 결석하면 그에 비례해 세비를 삭감한다. 포르투갈은 한 회기 중 상임위에 4번 이상 빠지면 상임위원 자격을 빼앗는다. 호주 인도 스리랑카 터키 등은 특별한 이유 없이 일정 횟수 이상 불출석하면 의원직을 박탈한다.
□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 국회의원 세비 최저임금의 5배 이내 제한 △ 의원실 보좌진 수 9명에서 5명으로 축소 △ 셀프 세비 인상, 셀프 외유성 출장, 제 식구 감싸기를 금지하는 ‘셀프 금지 3법’ 등 특권 줄이기를 제안했다. 국회는 올해 상반기 17차례나 파행을 빚으며 의원 1인당 회의 참석 시간이 한 달에 고작 8시간51분에 그쳤다. 한 달에 하루 일하고 1,265만원의 급여를 챙긴 셈이다. 열심히 일한 국회의원에게 성과급 개념의 고액 연봉을 주는 건 바람직하다. 대신 식물국회에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고 세비는 국회의 주인인 국민이 결정하는 게 옳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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