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2년 만에 햄버거병 사건 재수사 한다는데… 
햄버거병 피해아동 어머니 최은주씨가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맥도날드 서울시청점 앞에서 ‘정치하는엄마들’ 주최로 열린 '한국맥도날드 불매, 퇴출 기자회견'에 참가해 덜 익은 햄버거 패티, 불량제품 등에 대한 검찰 수사 촉구 발언을 한 뒤 눈물을 훔치고 있다. 연합뉴스

“딸이 매일 밤 10시간씩 복막투석을 해야 하루를 살 수 있습니다. 심장 대신 에크모(체외막산소공급기)를 달고, 왼쪽다리를 절어 부축해줘야 계단을 오르내립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맥도날드 서울시청점 앞에서 맥도날드 불매운동에 나선 한 여성이 울먹였습니다. 2016년 딸이 햄버거를 먹은 뒤 ‘햄버거병’이라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ㆍHemolytic Uremic Syndrome)에 걸렸다고 주장하는 최은주(39)씨입니다. 검찰이 해당 사건 본격 재수사 착수를 결정하자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선 건데요. 최씨는 “맥도날드는 돈을 더 벌겠다고 장출혈성 대장균과 ‘시가 독소’가 빈번히 검출된 문제의 패티들을 회수하거나 폐기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를 은폐했다”고 호소했습니다.

햄버거병 파동이 발생한 지 3년이 지났지만, 햄버거 위생 등 조리 과정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맥도날드 매장 직원들로부터 받은 제보 사진을 공개하면서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는데요. 사진에는 덜 익어 불그스름한 패티, 곰팡이가 핀 토마토 등의 모습이 담겨 있었죠.

검찰은 이 사건 재수사에 착수하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2월 맥도날드 측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지 약 2년 만입니다. 이번엔 과거 수사에서 밝혀지지 않은 의혹을 풀고 진실을 규명할 수 있을까요.

HUS는 2016년 한 어린이가 햄버거를 먹고 신장장애 2급 판정을 받으면서 우리나라에 알려졌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 ‘햄버거 공포’의 시작은? 

2016년 9월 경기 평택시 한 맥도날드매장을 찾은 A양은어머니가 사준 햄버거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햄버거를 먹기 전까지 건강했던 그는 2~3시간 뒤 복통을 느꼈고, 사흘 뒤 설사에 피가 섞여 나올 정도로 상태가 심각해졌죠. 결국 신장이 90% 가까이 손상돼 신장장애 2급 판정을 받았는데요. 그는 3년이 지난 지금도 배에 뚫어놓은 구멍을 통해 하루 10시간씩 복막투석을 하고 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다음해 A양의 가족은 맥도날드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습니다. 이들은 “A양이 덜 익힌 패티가 든 햄버거를 먹고 햄버거병에 걸렸다”며 “이번 사태는 제대로 조리를 했거나 조리도구를 구분해 사용하는 등 조금만 주의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비극으로 맥도날드 측의 중대한 과실이고 고의”라고 주장했죠. 이에 맥도날드 측은 기계로 조리하기 때문에 패티가 덜 익는 ‘언더쿡’ 현상이 발생할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이 일 이후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 사이에서는 햄버거가 공포의 대상이 됐죠. 햄버거를 먹고 아팠다는 비슷한 사례의 제보도 이어졌습니다. 그 해 11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맥도날드에 햄버거 패티를 공급하는 맥키코리아의 자체검사 결과 장출혈성대장균이 2016년부터 세 차례 검출됐지만, 대부분 회수되지 않고 시중에 팔렸다고 지적했습니다. 맥도날드 측은 “맥키코리아로부터 장출혈성대장균 검출 사실을 통보 받기 전 패티가 소진됐다"며 "검출 결과 통보가 늦어지면서 발생한 문제"라고 해명했죠.

지난해 2월 검찰은 “피해자들이 입은 상해가 맥도날드 햄버거 때문이라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맥도날드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 게티이미지뱅크
 ◇1차 수사 결과는 어땠는데? 

2016년 당시 A양 가족이 맥도날드를 고소한 지 하루 만에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햄버거에 들어가는 덜 익은 패티가 실제 발병에 영향을 미쳤는지, 다른 햄버거 구성물이 HUS와 무관한지 여부를 밝히는 데 집중했는데요.

지난해 2월 검찰은 “피해자들이 입은 상해가 맥도날드 햄버거 때문이라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맥도날드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습니다. 패티 납품업체 맥키코리아 임직원 3명은 축산물위생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 처분을 받았죠. 이후 피해자 가족이 서울고검과 서울고법에 항고와 재정신청을 했지만 모두 기각됐습니다.

지난 1월 정치하는엄마들 등 9개 시민단체는 맥도날드, 맥키코리아, 세종시 공무원 등을 식품위생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맥도날드가 2016년 장출혈성대장균이 검출된 패티가 전국 10개 매장에 15박스 남은 사실을 맥키코리아부터 전해 듣고도 고의로 은폐했다는 겁니다. 또 문제의 패티가 모두 소진됐다는 허위 내용을 세종시 공무원에게 보고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받았습니다.

햄버거병 피해자 아동 어머니 최은주씨를 비롯한 '정치하는엄마들' 회원들이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맥도날드 서울시청점 앞에서 한국맥도날드를 규탄하고 검찰의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한호 기자
 ◇수사 다시 하게 된 배경은? 

그런데 지난 7월에도 문제가 터졌습니다. 경기 수원시에 거주하는 B(31)씨는 햄버거를 배달시켰다가 패티의 식감이 이상하다고 느꼈다고 해요. 햄버거 속을 열어보니 패티가 거의 날고기나 다름 없는 상태로 들어있었다고 합니다. HUS가 우려된 B씨는 인근 병원 응급실로 향했는데, 다행히 가벼운 위장병 정도로 큰 탈은 없었다고 하네요. 맥도날드 측은 "해당 제품이 담당 직원에 의해 잘못 조리된 사실을 확인됐다"며 "B씨에게 사과한 뒤 제품을 환불 조치했고, 이후 건강검진과 보상 절차에 대해 안내해드리고 있다"고 설명해 사건을 수습했죠.

정치하는엄마들은 비위생적 조리 환경과 오염된 햄버거 제보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이에 맥도날드는 지난달 29일 "맥도날드의 품질 정책상 발생해서는 안 될 일이 발생한 만큼 전국 410여 개 매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다시 시행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어요. 다만 공개된 사진에 대해서는 “연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죠.

맥도날드 수사가 다시 이뤄진 데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발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17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표창원 민주당 의원이 맥도날드 수사와 관련된 허위진술 요구 의혹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윤 총장은 “제가 2018년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지휘했던 사건”이라며 “허위진술교사가 있었다면 검찰에서 철저히 수사를 안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죠.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강지성)는 지난달 25일 오후 고발단체 법률대리인 류하경 변호사를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맥도날드는 A양의 건강이 회복되도록 인도적 지원을 하겠지만, HUS 발병 원인을 두고는 “우리 제품 때문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요. HUS는 △발병 원인과 감염 경로가 다양한 점 △A양의 잠복기가 의학적 잠복기와 맞지 않는다는 점 △햄버거가 설익었다는 주장을 인정할 근거가 없는 점 △A양이 섭취한 제품은 소고기가 아닌 돼지고기 패티라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3년간 이어진 햄버거병 논란, 이번 수사를 계기로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요. 진실이 밝혀져 고통 받은 A양과 그의 가족들이 조금이나마 위로 받기를 바랍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여기서 잠깐 
 용혈성요독증후군이란? 

장출혈성대장균에 감염된 뒤 신장 기능이 저하돼 생기는 질환. 신장이 독소를 못 걸러 체내에 독이 쌓이는 병입니다. 이 병에 걸리면 설사를 시작한 지 2~14일 뒤 오줌 양이 줄고 빈혈 증상이 나타납니다. 몸이 붓고 혈압이 높아지며, 경련이나 혼수 등의 신경계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환자의 약 50%는 신장 기능이 손상돼 완전하게 회복하기 어려워 투석과 수혈 등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HUS는 1982년 미국 미시간주와 오리건주에서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은 아이들 수십 명이 집단 배탈이 나면서 처음으로 알려졌는데요. 미국 정부가 원인을 대장균에 감염된 패티로 지목하면서 ‘햄버거병’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2016년 한 어린이가 햄버거를 먹은 뒤 신장장애 2급 판정을 받으면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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