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이후 본격화된 정치권 인재 영입에서 더불어민주당 계열이 자유한국당 계열에 상대적으로 우위를 유지해온 데는 이유가 있다. 선거를 앞두고 ‘조직’과 ‘돈’의 열세를 극복할 수단이 ‘인물’과 ‘바람’밖에 없었던 민주당 계열 정당의 열악한 현실이 낳은 결과다. 2000년 새천년민주당을 창당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그해 16대 총선을 앞두고 ‘젊은 피 수혈론’을 내세웠다. 이인영, 임종석, 우상호, 송영길 등 운동권 출신이 대거 발탁된 게 그때다. 덕분에 신생 정당 민주당은 총선에서 확고한 2당을 차지했고, DJ도 임기 후반을 버틸 수 있었다.
□ 인재 영입은 정치적 위기를 맞은 정당의 이미지 전환용으로도 활용된다. 2016년 안철수계의 집단 탈당으로 흔들린 새정치민주연합은 당명을 더불어민주당으로 바꾸고 인재 영입에 나섰다. 당시 문재인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 멘토’ 김종인 전 의원을 부부 동반으로 삼고초려한 끝에 영입해 비대위 대표를 맡겼다. 표창원 이철희 박주민 조응천 의원도 그때 함께 들어왔다. 직후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새누리당을 제치고 1당에 오른 데는 이런 성공적인 인재 영입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 외연 확대가 시급한 한국당이 1차 인재 영입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황교안 대표가 공을 들였던 박찬주 전 육군 대장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31일 발표된 명단에서 제외하는 등 모양새를 구겼다. 6월에는 박찬호 선수와 이국종 교수 등을 영입 리스트에 올렸다가 접촉도 하기 전에 본인들이 손사래를 치는 무안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황 대표는 취임 초 “인재 영입 2,000명을 목표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의욕을 보였으나 한계가 뚜렷하다.
□ 한국당의 인재 영입 난관은 당의 풍토와 무관치 않다. 법조계와 관계, 학계 출신들이 주류여서 다양한 계층이 입당을 꺼리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시절 외부 인사 영입위원장을 맡은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책상형과 필드형으로 비교 분석했다. 민주당은 운동권과 시민단체 출신 등이 중심이어서 역동성이 있는 반면, 한나라당은 기득권 세력이 주류라 헝그리 정신이 없다는 분석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내년 총선에서 물갈이를 주장한 유권자가 절반을 넘고, 이런 여론은 보수정당 지지층에서 더 높았다. 21대 총선의 승패는 젊은 피를 어느 정당이 더 많이 수혈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