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 지푸라기 잡는 심정 복용…임상시험 거치지 않은 상태 
 식약처 “시판되는 다른 펜벤다졸 성분 약 있어”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 동물 구충제 성분 ‘펜벤다졸’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 동물 구충제 성분 ‘펜벤다졸(fenbendazole)’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은 이루어진 바가 없어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 모르니 복용을 금지하라고 권고합니다. 하지만 펜벤다졸로 항암 효과를 봤다는 일부 주장 때문에 치료가 절박한 암 환자는 공개적으로 복용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혼란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펜벤다졸이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은 지난 9월 초 해외 이슈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 ‘월드빌리지 매거진TV’에 ‘말기암 환자 구충제로 극적 완치, 암세포 완전관해, 암환자는 꼭 보세요’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오면서 확산되기 시작됐습니다. 지난달 31일 현재 조회수 200만이 넘은 이 영상에는 미국 오클라호마주에 사는 60대 남성 조 티펜스 이야기가 담겼는데요. 영상에 따르면 티펜스는 2016년 폐암 말기 진단을 받은 뒤 한 수의사에게서 펜벤다졸 성분의 개 구충제를 복용해 보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티펜스가 수의사 말대로 펜벤다졸을 복용했더니 3개월 뒤 암세포가 사라졌다는 것이 영상의 주 내용입니다.

펜벤다졸이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은 지난 9월 4일 해외 이슈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 ‘월드빌리지 매거진TV’에 ‘말기암 환자 구충제로 극적 완치, 암세포 완전관해, 암환자는 꼭 보세요’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오면서 확산되기 시작됐습니다. 유튜브 캡처

해당 영상은 국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산됐고 일부에선 개 구충제 품귀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폐암으로 투병 중인 개그맨 김철민씨도 펜벤다졸을 복용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죠. 그러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28일 대한암학회와 함께 “동물용 구충제는 동물에게만 허가된 약”이라며 복용하지 말 것을 당부하며 제동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날 김철민씨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통증이 반으로 줄었고, 혈액검사가 정상으로 나왔다”며 구충제 복용 효과를 일부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과연 펜벤다졸은 효과가 있는 걸까요. 지난달 30일에는 유영진 인제대 상계백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계속되는 펜벤다졸 논란에 대해 인터뷰를 했는데요. 유 교수는 tbs 라디오 ‘김지윤의 이브닝쇼’에서 ”펜벤다졸은 몇 개의 연구에서 분명히 항암 효과가 있는 걸로 나타났다”면서도 “펜벤다졸이 항암 효과가 있다는 건 분명하지만 그것만으로 이게 항암제로 쓸 수 있느냐 하고 결론을 내릴 순 없는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유 교수는 “몇 개의 후기를 봤는데 이런 분들이 펜벤다졸을 쓸 때 보통은 어떤 분은 표준치료, 방사선치료 또는 어떤 분은 임상시험에 들어가는 다른 약들하고 같이 사용했다”며 “그래서 일부 환자한테 효과가 있었지만, 그게 펜벤다졸에 의한 건지 아니면 같이 사용한 다른 치료에 의한 건지가 분명하지가 않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펜벤다졸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은 한 번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는 게 보고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안전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모든 약들은 독이 될 수도 있는데, 항암제는 특히 독이 된다. 항암제는 암세포라는 세포를 죽이는 약이다. 당연히 독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펜벤다졸이 항암제로 쓰이려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꼭 거쳐야 한다는 말입니다.

특히 유 교수는 펜벤다졸과 유사한 성분을 가진 약들이 이미 개발돼 판매되고 있다고도 했는데요. 식약처도 “펜벤다졸은 암세포의 골격을 만드는 세포 안의 기관을 억제해 항암 효과를 나타낸다고 알려져 있다”면서 “이런 작용으로 허가된 의약품 성분으로는 ‘빈크리스틴’(1986년 허가), ‘빈블라스틴’(1992년 허가), ‘비노렐빈’(1995년 허가) 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굳이 동물 구충제를 찾기보다는 의사의 진단과 처방에 맞춰 펜벤다졸 성분이 들어 있는 항암 의약품을 쓰라는 이야기입니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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