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희원이 가난하고 힘들었던 삶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고 고백했다.
김희원은 31일 오후 진행된 본지와 인터뷰에서 과거 연기를 그만두고 호주로 갔던 일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지난 1999년에서 2001년까지 호주로 무작정 떠난 경험이 있다.
이 일에 대해 김희원은 "비겁하게 도망 간 거지, 용기가 아니었다. 그러다 잘못했다고 후회한 거 같다"면서 "호주에서 페인트를 많이 칠했다 일년 반 페인트를 칠하면서 '왜 사나' 생각했다. 벽을 보면서 하루종일 왜 이러고 있나 싶더라. 1년 반을 그렇게 살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거기선 페인트 칠을 하면 먹고 살 정도로 충분히 번다. 하지만 나중에 내가 행복할까 생각하니까 그럴 자신이 없더라"며 "그렇다고 돈이 없어도 행복하냐, 그것도 아니다. 돈이 있는데 행복하냐, 그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여 눈길을 모았다.
김희원은 "인생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던 거 같다. 다시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땐 돈이 없는 그 생활이 너무 힘드니까 걱정도 되는데 '몰라, 일단 가자'하는 마음이었다"고 회상했다.
또한 그는 '지금은 행복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좋은 배우가 되면 행복할 거라 생각했다. 아직 좋은 배우가 안됐는지 행복은 정말 모르는 거 같다. 전보다는 경제적으로는 행복하지. 그때는 밥 먹을 돈이 없으니 불행했지만 지금은 그런 부분은 행복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내 "연극할 때는 누가 집 차를 가져오면 '차가 있네. 떠나자' 하고 강원도에 갔다. 무작정 떠나서 바다 보면서 자유라고 생각했다"며 "지금은 차도 있고 돈도 있는데 못 간다. '뭐가 잡고 있나. 지킬 게 많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솔직한 자신의 상황에 대해 전했다.
더불어 김희원은 "나는 트라우마가 있다. (일 없이) 놀던 때에 너무 힘들었어서 다음 일이 안 잡혀있으면 못 쉰다. 마음이 아직도 그렇다"며 "배우들 보면 '나만의 시간을 가질래' 하는데 나는 '이러다 또 일이 안 들어오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 때문에 못 쉰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그에게 '스트레스 해소법'을 묻자, "감사하면서 사는 게 스트레스 해소다. 감사하단 생각을 하면서 그냥 집에 있다. 어찌 보면 연극할 때보다 더 안 좋은 거 같다"며 "호주에 갔다 와서도 많이 놀았다. 31살에 한국에 온 건데 '아저씨' 출연한 게 40살이었다"고 과거의 힘들었던 시절에 대해 언급했다.
한편 '신의 한 수: 귀수편' 개봉을 앞두고 있는 김희원은 "이 영화의 주제는 똥선생이다. 감독님이 맨 처음 시작할 때 '바둑판이 인생이라고 치면 가장 위너는 똥선생이다'라고 했다. 언제나 가늘고 길게 살지 않나"라면서 웃었다. 영화는 오는 7일 개봉한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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