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회 연속 인하하는 동시에 당분간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연준이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우려로 7월부터 시작한 보험 성격의 인하 조치가 일단락된 것으로, 한국을 비롯해 경기 둔화로 부양책이 절실했던 신흥국에겐 보탬이 됐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세계경제 둔화가 지속될 경우 연준이 다시 금리 인하를 재개할 거란 예상도 내놓고 있다.
연준은 30일(현지시간) FOMC 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연 1.75~2.00%에서 1.50~1.7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7월과 9월에 이어 세 차례, 총 0.75%포인트 금리를 내린 셈이다. 이와 함께 연준은 성명문에서 ‘경기 확장 유지를 위해 적절한 대응을 취하겠다’는 문구를 삭제, 7월에 밝힌 ‘중간사이클 조정(mid-cycle adjustment)’을 위한 금리 인하 국면이 종료됐음을 시사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역시 당분간 금리를 움직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 미국 경제는 완만하게 성장하고 있으며 물가상승률은 2%에 근접하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우리의 전망을 수정해야 하는 사건이 발생해야 정책도 바뀔 것”이라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다만 곧바로 금리 인상 기조로 전환할 가능성과도 거리를 뒀다. “급격하고 지속적인 물가 상승이 나타나야만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금리 인상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시장에서는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를 중단하면서도 연준이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으로 돌아섰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한편, 상황에 따라선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열어뒀다고 평가했다. 찰리 리플리 알리안츠투자운용 수석투자전략가는 “미국 경기의 하방 위협이 어느 정도 통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연준의 ‘중간 조정’이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12월에 다시 금리를 내릴 여지도 남겼다”고 진단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연준 금리 인하는 마무리됐지만 단기 유동성 공급을 통한 연준 대차대조표 확대 등이 이어지며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파월 의장은 이날 미중 무역분쟁과 노딜 브렉시트(합의 없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이 촉발한 무역 불확실성이 최근 줄어들긴 했지만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라고 봤다. 이전에도 파월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노선에 우회적인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아울러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가 잠재성장력 약화, 부의 불균등 분배 등 중장기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며 “적절한 통화정책도 필요하지만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결국 재정정책”이라며 정부와 의회의 역할을 주문하기도 했다.
연준의 이번 금리 인하 결정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연준의 ‘당분간 금리 동결’ 입장에 주목하는 쪽은 한은 역시 경기 상황을 관망하며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일 거란 입장인 반면, 반대쪽에선 연준이 금리를 내려 내외금리차 역전폭(미국 금리-한국 금리) 확대에 따른 자금유출 우려가 완화됐고 국내 경기 상황이 미국 등 다른 주요국에 비해 훨씬 나쁘다는 점을 들어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31일 취재진과 만나 “완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향후 상황을 감안해 추가적 완화 정도를 조정하겠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일부 신흥국 중앙은행은 연준의 움직임에 발맞춰 즉각 금리를 내렸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30일 기준금리를 5.0%로 인하했고, 홍콩의 중앙은행 격인 홍콩금융관리청 역시 31일 기준금리를 2%로 낮췄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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