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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보 땐 출입금지’ 법무부 방침에 “군사정권 보도지침이냐”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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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보 땐 출입금지’ 법무부 방침에 “군사정권 보도지침이냐” 비판

입력
2019.10.31 18:41
수정
2019.10.31 20:4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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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단체들 “즉각 철회” 성명, 법조계도 “언론자유 침해” 여론 

31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출입기자들이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법무부는 전날 오보를 낸 언론사에 대해 검찰청 출입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내용의 새 공보기준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31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출입기자들이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법무부는 전날 오보를 낸 언론사에 대해 검찰청 출입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내용의 새 공보기준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오보를 냈다고 판단되는 언론사 기자의 검찰청 출입을 제한하는 법무부 훈령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을 두고 “언론 길들이기”라는 각계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언론단체와 학계는 물론, 이 규정을 지켜야 하는 법조계 내부에서도 “언론자유 침해”라는 우려가 확산 중이다.

한국기자협회는 31일 성명을 통해  “전날 발표된 법무부 훈령은 언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며 “훈령이 시행되면 수사기관에 대한 언론의 감시 기능은 무력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언론노조도 성명을 내고 “재벌과 정치권의 권력형 비리 등에 대한 검찰의 봐주기 수사가 더 늘어날 수 있다”며 “개혁의 대상인 검찰이 오보 판단의 권한을 행사하고, 출입까지 제한하겠다는 것은 의도와 방법 모두 의심스러워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런 비판은 먼저 오보의 기준과 판단 주체부터 문제 삼는다. 오보가 무엇인지 법무부나 검찰 등 권력기관들이 자의적으로 정할 경우 불리한 보도를 원천 봉쇄할 우려가 있다. 강제 수사권이 없는 언론의 문제제기성 보도를 오보로 몰거나, 주요한 팩트 이외 곁가지 사실관계를 문제 삼아 오보로 규정할 경우 정부 입장에서 불편한 보도를 원천봉쇄할 수 있다.

기자협회는 “정부에 불리한 보도를 한 언론사들에 출입제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열려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가 그럴 경우 다른 정부 기관들이 이 모델을 따라가려 할 것이 뻔하다. 언론 관련 사건을 담당했던 한 판사도 “오보라는 것을 누가 확정해서 결정하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결국 과거 권위주의 정부시절 ‘보도지침’으로 회귀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입금지라는 방식 자체도 틀렸다는 지적이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심각한 오보라면 일정 정도 제재야 할 수 있겠지만 출입금지는 원천적으로 취재를 못하게 하는 것”이라며 “이는 정부 부처가 언론자유, 표현의 자유, 알 권리를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행위로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검찰의 이른바 '깜깜이 수사'로 사건이 부적절하게 처리되는 걸 감시하고 견제할 수 없게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의 새 훈령은 전문공보담당자를 제외한 검사와 수사관의 언론인 접촉을 일체 금지하고, 기자들의 검사실 출입까지 제한한다.

당장 청와대, 여당에 불리한 사건에 대해 엄격한 공보를 요구할 경우 공보 담당자는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에는 어느 정도 비밀유지가 필요하지만 모든 걸 밀실에서 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는 군사독재시절에 이미 충분히 경험했다”며 “사안의 경중, 공익성, 국민의 알 권리와 인권을 충분히 고려해 적용해야 지 훈령으로 획일적으로 밀어붙일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의견수렴이 부족했던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법무부는 대검찰청, 대한변호사협회, 대법원 등에 의견조회를 거쳤다고 했지만 이미 안을 정해놓고 통보하는 식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비상시국도 아니고, 장관도 없는 상태에서 법무검찰개혁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런 규정을 만드는 것은 책임행정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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