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칠ㆍ목재화분 만들어 거리 정비, 1년 전엔 예술간판 만들어 기부
현대제철 경북 포항공장 직원들로 결성된 ‘온철봉사단’이 도심공동화로 슬럼화되는 경북 포항 구도심의 도시재생에 팔을 걷었다. 이들은 영세업체 상인들을 위해 지역 작가와 협업으로 예술간판을 만들어 기부하고 거리 곳곳을 다니며 낡은 건물과 벽을 칠하고 꾸미는 등 황폐해진 골목길을 정비하는데 애쓰고 있다.
9월25일 온철봉사단 소속 현대제철 포항공장 직원 45명은 아침 일찍 북구 여천동 중앙파출소 앞에 집결했다. 이들은 양손에 페인트통과 목재, 톱 등 연장이 담긴 가방을 들고 파출소를 시작으로 일대 200여m의 골목길 구석구석을 종일 누볐다. 오래된 여관이나 가게 셔터문 등 페인트칠이 벗겨진 건물과 벽을 칠하고 알록달록 꽃이 가득한 목재 화분과 조형물을 직접 만들어 거리 곳곳에 설치했다. 한복판에 있는 면적 1,800여㎡의 유료주차장 요금정산소는 대형 선물상자로 변신했다.
온철봉사단 회원들이 작업을 마치고 돌아간 중앙파출소 일대는 예술 작품이 가득한 거리로 확 달라졌다.
주차장 주인 정국진(62) 씨는 “주차하는 고객들이 요금을 내면서 하나같이 신기해하고 잘 꾸몄다 칭찬하고 간다”며 “황폐해진 동네가 환해지면서 상인들도 힘을 합쳐 상가 활성화에 노력해보자고 마음을 다잡게 됐다”고 말했다.
포항 북구 여천동 중앙파출소 일대는 인근에 포항시청 등 관공서와 금융기관 등이 밀집해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포항지역 최대 번화가였다. 음식점과 옷 가게 등이 즐비하고 직장인들과 대학생들이 일과 후 모여드는 ‘젊음의 거리’ 였다. 하지만 2006년 포항시청사가 남구 대잠동으로 옮겨가고, 부도심이 성장하면서 도심공동화 현상으로 급격히 슬럼화됐다.
최근 포항시는 여천동 일대에 도시재생사업을 추진, 꿈을 꿀 수 있는 틀(터전)이라는 뜻의 ‘꿈틀로’로 이름 붙이고 예술문화거리로 바꿔 나가고 있다.
온철봉사단은 포항시가 설립한 포항문화재단의 소개로 꿈틀로 조성사업에 참여, 지난해는 ‘철수와 목수’라는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여천동 상가 8곳에 직접 예술간판을 제작해 기부하기도 했다.
5년전 결성된 온철봉사단은 현재 282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도 꿈틀로 상가번영회를 도와 번성했던 예전 모습을 회복하는데 동참할 계획이다.
김윤휘 온철봉사단장은 “작은 일이지만 여천동 일대가 옛 명성을 되찾는데 함께 할 수 있어 작업 후 큰 보람을 느꼈다”며 “꿈틀로가 예술문화거리로 재탄생해 원도심이 활성화되고 포항 경제가 살아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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