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들은 전국 단위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인물들을 영입해 쇄신 의지를 과시한다. 해당 인물들은 당의 ‘얼굴’이 돼 선거 내내 곳곳을 누빈다. ‘얼마나 참신하고 전문적인 인물을 영입하느냐’가 선거 승부를 가르기도 한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내년 4월 총선에 대비해 영입한 인사들의 면면이 30일 공개됐다. ‘황 대표의 인재 영입 1호’라는 상징성이 무색하게도 당 안팎의 반응은 썰렁했다. 당내에서 격한 실망의 목소리가 흘러 나올 정도였다.
한국당이 31일 공식 발표하는 영입 인사 명단에 ‘공관병 갑질’ 논란의 박찬주(61) 전 육군대장, 이진숙(58) 전 대전 MBC 사장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불렀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해 온 윤창현(59) 서울시립대 교수, 아이돌그룹 ‘엑소’ 멤버 수호의 부친인 김용하(58) 순천향대 경제학과 교수, 안병길(57) 전 부산일보 사장, 정범진(54) 전 한국원자력학회 부회장, 김성원(49) 전 두산중공업 Plant EPC BG 부사장 등도 거론됐다. 청년 몫으로는 백경훈(35) 청년이여는미래 대표, 배드민턴 국가대표 출신인 장수영(31) 정원SY 대표의 이름이 나왔다.
이들의 공통 분모는 ‘반(反)문재인’ 인사라는 점이다. 박찬주 전 대장과 이진숙 전 사장은 현 정권의 ‘적폐 몰이’로 내쫓긴 피해자들이라고 황 대표 측은 분류하고 있다. 박 전 대장은 공관병에게 전자 발찌를 채운 채 텃밭 관리를 시키는 등 ‘갑질 논란’으로 2017년 불명예 전역했다. 그러나 올해 4월 불기소 처분을 받았기에 총선 출마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한국당의 판단이다. 이 전 사장은 보수 정권에서 MBC 보도본부장 등을 지내며 보도 편향성으로 노조와 극심한 마찰을 빚다 지난해 1월 사임했다. 백경훈 대표는 8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 요구 집회’에서 발언했다가 변상욱 YTN 앵커에게 “반듯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면 수꼴 마이크를 잡게 되진 않았을 것”이라고 조롱 받아 이름이 알려졌다.
30일 당내에선 ‘한국당의 탈바꿈을 기대하는 국민 기대에 못 미친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황 대표가 대전 자택을 찾아가는 등 공 들여 영입한 박 전 대장이 표적이 됐다. 젊은 당직자들은 “당 차원에서 조국 사태로 연일 ‘정의’와 ‘공정’ 화두를 강조하며 청년과 중도층 공략에 나서더니, ‘갑질의 상징’을 영입하면 어쩌자는 것이냐”고 성토했다. 박 전 대장 부인의 공관병 폭행ㆍ감금 혐의는 수사 기관에서 인정됐고, 박 전 대장의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 관련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당 핵심 관계자는 “논란이 일 것을 예상했지만, 총선에서 안보 이슈가 부각될 것에 대비해 무게감 있는 국방분야 인사를 영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의 첫 번째 영입 인사 발표인데도 ‘깜짝’ 내지 ‘파격’ 인사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지적도 줄이었다. 윤창현 교수와 안병길 전 사장 등 일부 인사들은 이미 당적을 보유하고 있거나 이런저런 당직을 맡고 있다. 김용태 한국당 의원은 “정권에 각 세울 사람들 위주이긴 하지만, 시대교체 내지 세대교체를 상징할 만한 인물이 없다”고 지적했다. 연령대도 50대 이상이 다수여서 2030세대 유권자를 끌어 안으려는 당의 총선 전략과 배치된다는 평가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이번 영입을 두고 “우리 당으로선 고맙다”(박용진 의원)는 평가를 내놨다. 황교안 대표는 ‘감동이 없다’는 지적에 “개개인에 대한 평가는 국민들이 할 것”이라 답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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