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사령탑으로 역대 최고 대우(3년 총액 28억원)를 받고 재계약 한 김태형(52) 두산 감독이 통합 우승을 달성한 올 한 해를 ‘뚝심’으로 정의했다.
김 감독은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좋은 선수와 구단을 만나 지금까지 좋은 대우를 받고 최고 감독이 된 것 같다”며 “올해는 정말 뚝심이라는 말과 잘 어울리게 두산이 잘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계속 상위권에 있고, 잘하니까 팀이 뚝심이 있다는 얘기를 듣는다”면서 “베어스는 현역 때도 그렇지만 항상 선후배간의 끈끈함이 있고, 그게 전통으로 내려온다”고 덧붙였다.
이번 시즌 두산은 거짓말 같은 통합 우승 과정을 거쳤다. 선두를 달리던 SK와 최대 9경기 차까지 벌어져 정규시즌 1위는 힘들다고 생각했지만 막판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최종일에 극적인 뒤집기 우승을 연출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기세를 몰아 키움을 4연승으로 따돌리고 역대 6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15년 처음 두산의 지휘봉을 잡아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3회 우승을 일궈낸 김 감독에게 재계약은 당연했다. 이번 시즌 SK와 계약할 때 염경엽 감독이 받은 최고액(3년 총액 25억원)을 넘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연봉은 7억원으로 염 감독과 같지만 김 감독의 계약금(7억원)이 3억원 더 많다.
사령탑 생활 5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와 선수로는 올해 정규시즌 NC와 최종전, 양의지(NC)를 꼽았다. 김 감독은 “처음 우승했을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했기 때문에 올해가 가장 특별하다”면서 “선수는 아무래도 포수 출신이라 양의지가 많이 생각 난다. 우리 아들하고도 많이 닮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 감독은 부임 후 최고의 성적을 냈지만 ‘명장’이라는 표현에 대해선 부담스러워했다. 그는 “어떤 게 명장인지 모르겠다. 성적이 나오면 명감독이고, 그렇지 않으면 좋지 않은 감독”이라며 “감독은 결과만 있으면 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또한 시즌 중 양상문 전 롯데 감독과 ‘빈볼 여부’에 대해 설전을 벌이고, 상대 선수에게 폭언을 해서 비난을 받은 것에 두고 “제대로 두들겨 맞았다”며 “냉정하게 대처했어야 하는데 너무 화가 많이 났다. 그것도 하나의 배워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난 이제 5년차”라고 밝혔다.
올해 우승 공약으로 선수들에게 10만원 이하 선물을 주겠다고 했던 김 감독은 “자꾸 내 샴푸를 훔쳐 써서 샴푸를 사주려고 한다. 박건우가 내 것을 훔쳐 쓰다 걸렸다”고 웃었다. 또 차를 사달라고 했던 투수 이영하의 선물에 대해선 “차 한잔 해야죠”라고 농담한 뒤 “정말 개인적으로 (선물) 하나 해주고 싶다”고 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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