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9대서 균열, 운항정지 조치… 저비용 항공사에 해당 기종 집중 우려감
세계 곳곳에서 미국의 항공기 제조사 보잉의 B737 NG(넥스트 제너레이션) 계열 항공기에 동체 균열 문제가 발생하면서 우리 정부도 안전 점검을 앞당겨 시행하기로 하는 등 관리 강화에 나섰다. 평소 항공기종을 골라 탈 수 없는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보유 항공기 대부분을 이 기종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저비용(LCC) 항공사들에게도 비상이 걸렸다.
◇잇따르는 균열 사례
30일 국토교통부는 서울 강서구 한국공항공사에서 국내 9개 항공사 임원들을 소집해 B737 NG 기종에 대한 각 사 점검 진행상황을 확인하고, 우선점검 대상이 아니었던 항공기들에 대한 점검 시기도 앞당기기로 했다.
이는 이달 초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중국에서 운항 중인 B737 NG 항공기의 동체와 날개 연결 구조부위에서 균열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후 미국과 인도네시아 등 다른 국가의 비행기에서도 비슷한 균열이 잇따르면서 FAA는 긴급점검을 요구하는 ‘감항성(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 성능) 개선 지시’를 발동했다.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이달 24일까지 각국 항공사들이 점검한 해당 기종 1,133대 가운데 53대(4.67%)에서 동체 균열이 발견돼 운항이 중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전체 150대 가운데 비행횟수 3만회가 넘는 항공기 42대를 긴급 점검한 결과 9대(대한항공 5ㆍ진에어 3ㆍ제주항공 1대)에서 동체 균열이 확인돼 현재 운항이 정지됐다. 이들 9대에 대해서는 제작사인 보잉사 기술진이 다음달 초 한국을 방문해 항공기를 수리하면 국토부 항공안전 감독관이 개선지시 이행 상황을 최종 확인한 후 운항 재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나머지 108대 가운데 2만2,600회 이상 비행한 22대 역시 당초 5개월 이내에 점검하도록 돼 있었지만 정부는 내달까지 점검을 조기 완료할 예정이다. 비행횟수가 2만2,600회 미만인 86대에 대해서도 2만2,600회에 도달하기 전 점검을 시행한다.
◇커지는 승객 공포
그러나 이런 당국의 움직임과 별개로 승객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점검을 실시한 국내 항공기 중 균열이 발견된 비율은 21.4%(42대 중 9대)로, 세계 시장 평균(4.67%)보다 5배 가량 높다. 아직 정밀점검이 안 된 항공기(108대)에서 훨씬 많은 균열이 나올 수도 있는 셈이다.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기 전이지만, 이를 두고 국내 저비용 항공사는 단거리 비행이 상대적으로 많은 탓에 잦은 이착륙 충격이 균열에 영향을 끼쳤을 거란 추측도 나온다. 중국 출장을 앞둔 박모(36)씨는 “해당 기종이 중국ㆍ일본 등 단거리 노선에 주로 쓰인다는데, 내가 타게 될 비행기가 잠재적 ‘균열 항공기’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불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항공사들은 “안전에 문제는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추락 사고가 발생한 B737 맥스처럼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 부품에서 실금이 발견된 것이어서, 부품을 교체하면 문제는 바로 해결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에 점검을 완료하고, 이후에도 비행횟수 3,500회마다 반복 점검해 안전에 문제가 없도록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저비용 항공사에 해당 기종 집중
항공사들은 정부의 운항 중단 조치로 큰 타격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동계운항 계획 수립 시, 운항 중단 조치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또 최근 일본ㆍ중국 노선 탑승객 급감 등으로 항공기 가동률이 낮아진 상황이기 때문에 대응할 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경영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는 제주항공 46대, 대한항공 32대, 티웨이항공 26대, 진에어 22대, 이스타항공 21대 등 총 150대가 운항 중인데,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대부분 기종이 B737 NG 계열이다.
특히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보유한 모든 항공기가 해당 항공기여서 추가 점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추가적인 운항 중단 조치를 내릴 경우 대체 항공기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제외한 대부분 LCC 업체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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