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기준을 바꾸는 ‘청년 개척자’들]<4ㆍ끝>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환경 운동을 한다고 하면 ‘너 되게 착하다’, ‘좋은 사람이구나’라는 반응인데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말이기도 해요. 저는 제 삶을 지키기 위해 활동하는 것뿐이에요. 빙하가 녹아 북극곰이 살 집을 잃는 문제이기 전에 기후변화는 제 생존, 행복과 관련된 일이거든요.”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처럼 국내서도 기후변화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청년 툰베리’들의 외침이 터져 나오고 있다. 미래세대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김지윤(28)ㆍ양예빈(23)씨가 그 주인공이다. 두 사람을 29일 서울시청에서 만났다. 이들은 청년 40여명으로 이뤄진 기후변화 청년학술단체 GEYK(긱ㆍGreen Environment Youth Korea)에서 만난 사이다.
◇기후위기 해법은 ‘탈석탄’… 손 놓고 있으면 미래세대 피해
“요즘은 기후변화도 아니고 ‘기후위기’라는 말을 쓰잖아요. 미세먼지가 서울 하늘에 정체하고, 가을에 태풍이 와서 피해를 입는 건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한 거예요. 지금도 이렇게 변화가 빠른데 공기와 물을 돈주고 사야 되는 시기가 멀지 않은 거죠. 미래세대 문제라고 하기 전에 지금 당장의 문제라서 두고 볼 수가 없었어요.”(양예빈)
당장이라도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위기의식에 올해는 서울시 청년정책네트워크(청정넷) 활동에 뛰어들었다. 교통ㆍ환경 분과 내에서 기후변화와 자원순환에 대해 고민해온 두 사람은 특히 ‘탈석탄’을 기후위기 해법으로 꼽고 있다. 석탄 발전은 미세먼지와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석탄 발전은 돈이 따박따박 들어오는 안정적인 투자처였지만 이젠 오히려 좌초자산이 될 거라는 전망입니다. 선진국들은 발을 빼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많은 금융기관이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어요. 후일 엄청난 부채로 떠안게 될 거예요.”(김지윤)
실제 국내 공적 금융기관이 지난 10년간 국내ㆍ외 석탄 발전에 투자한 총액은 23조7,808억원에 이른다. 양씨는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석탄 산업에 더는 돈이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심 끝에 청년들은 서울시가 금고(주거래 은행)를 정할 때 석탄 발전에 투자하는지 여부를 선정 기준 중 하나로 삼아야 한다는 정책을 내놨다. 그렇게라도 해서 은행 등 금융기관이 석탄 발전에 투자하는 것을 막고, 사회책임투자를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쉽게도 시정에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다음달 관련 토론회를 여는 등 계속해서 공론의 장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서울보다 빠르게 탈석탄 선언까지 한 충남은 올해 이미 전국 최초로 탈석탄 지표를 반영해 도 금고를 선정하기도 했다.
“환경 문제에 있어서는 시민 참여나 인식 개선에 대한 요구가 많은 반면 정작 인프라나 정책, 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 같아요.”(양예빈) 김씨 역시 친환경도시로 이름난 독일 프라이브루크 시 사례를 들며 “환경 선진국은 시민의식도 높겠지만 정부 차원에서 시스템을 갖춰놓고 사람들의 행동을 유도한다”며 “예를 들어 플라스틱 생수 한 병에도 보증금이 붙어 훨씬 비싸기 때문에 사람들은 일부러 유리병 음료를 살 수밖에 없다”고 보탰다. 정책당국에서 좀더 적극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래 청년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많다. “미세먼지만 해도 어떤 마스크가 좋은지, 어떤 공기청정기 성능이 좋은지에만 관심이 있지 왜 미세먼지가 발생하고, 왜 태풍이 자주 일어나는지 그 원인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시민들이 좀더 환경과 정책에 관심을 가져야 정부도 바뀌고, 변화가 더 빠르게 일어나지 않을까요.”(양예빈)
“정책이라고 하면 나와는 무관하고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왔어요. 그런데 청정넷에서 직접 정책을 만들고 제안하는 활동을 하면서 나는, 우리 청년들은 지금까지 정말 아무 기회 없이 살았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더 많은 청년들이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습니다.”(김지윤) 그의 마지막 한마디는 의미심장하다. “지금 대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온실가스는 백년 전 산업혁명 당시 발생한 거래요. 그 동안 더 늘었겠죠. 그로 인한 피해를 가장 많이 받는 건 우리 청년 세대일 거예요.” 현재 세대가 기후위기에 손 놓고 있는 것은 미래 세대에 그 비용과 피해를 그대로 떠넘기는 일이 될 것이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N포, 무기력, 정치무관심, 각자도생… 우리 사회가 청년을 규정하는, 익숙한 수식들이다. 그런 가운데 스스로 존재하고, 스스로 빛을 내는 청년들의 목소리는 너무나 쉽게 지워지고 만다. 한국일보가 더 많은 변화와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 나선 청년들의 목소리를 4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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