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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툰베리들 “착해서 환경운동? 내 삶을 지키는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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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툰베리들 “착해서 환경운동? 내 삶을 지키는 것뿐”

입력
2019.10.31 04:40
수정
2019.10.31 16:2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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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기준을 바꾸는 ‘청년 개척자’들]<4ㆍ끝>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서울시 청년정책네트워크와 기후변화 청년학술단체 GEYK에서 활동하는 김지윤(왼쪽)씨와 양예빈씨는 “미세먼지, 폭염, 한파 등 심각한 기후위기가 시민의 건강과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며 “개인과 국가, 기업 모두가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우한 기자
서울시 청년정책네트워크와 기후변화 청년학술단체 GEYK에서 활동하는 김지윤(왼쪽)씨와 양예빈씨는 “미세먼지, 폭염, 한파 등 심각한 기후위기가 시민의 건강과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며 “개인과 국가, 기업 모두가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우한 기자

“환경 운동을 한다고 하면 ‘너 되게 착하다’, ‘좋은 사람이구나’라는 반응인데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말이기도 해요. 저는 제 삶을 지키기 위해 활동하는 것뿐이에요. 빙하가 녹아 북극곰이 살 집을 잃는 문제이기 전에 기후변화는 제 생존, 행복과 관련된 일이거든요.”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처럼 국내서도 기후변화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청년 툰베리’들의 외침이 터져 나오고 있다. 미래세대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김지윤(28)ㆍ양예빈(23)씨가 그 주인공이다. 두 사람을 29일 서울시청에서 만났다. 이들은 청년 40여명으로 이뤄진 기후변화 청년학술단체 GEYK(긱ㆍGreen Environment Youth Korea)에서 만난 사이다.

◇기후위기 해법은 ‘탈석탄’… 손 놓고 있으면 미래세대 피해

“요즘은 기후변화도 아니고 ‘기후위기’라는 말을 쓰잖아요. 미세먼지가 서울 하늘에 정체하고, 가을에 태풍이 와서 피해를 입는 건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한 거예요. 지금도 이렇게 변화가 빠른데 공기와 물을 돈주고 사야 되는 시기가 멀지 않은 거죠. 미래세대 문제라고 하기 전에 지금 당장의 문제라서 두고 볼 수가 없었어요.”(양예빈)

당장이라도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위기의식에 올해는 서울시 청년정책네트워크(청정넷) 활동에 뛰어들었다. 교통ㆍ환경 분과 내에서 기후변화와 자원순환에 대해 고민해온 두 사람은 특히 ‘탈석탄’을 기후위기 해법으로 꼽고 있다. 석탄 발전은 미세먼지와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석탄 발전은 돈이 따박따박 들어오는 안정적인 투자처였지만 이젠 오히려 좌초자산이 될 거라는 전망입니다. 선진국들은 발을 빼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많은 금융기관이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어요. 후일 엄청난 부채로 떠안게 될 거예요.”(김지윤)

실제 국내 공적 금융기관이 지난 10년간 국내ㆍ외 석탄 발전에 투자한 총액은 23조7,808억원에 이른다. 양씨는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석탄 산업에 더는 돈이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심 끝에 청년들은 서울시가 금고(주거래 은행)를 정할 때 석탄 발전에 투자하는지 여부를 선정 기준 중 하나로 삼아야 한다는 정책을 내놨다. 그렇게라도 해서 은행 등 금융기관이 석탄 발전에 투자하는 것을 막고, 사회책임투자를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쉽게도 시정에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다음달 관련 토론회를 여는 등 계속해서 공론의 장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서울보다 빠르게 탈석탄 선언까지 한 충남은 올해 이미 전국 최초로 탈석탄 지표를 반영해 도 금고를 선정하기도 했다.

“환경 문제에 있어서는 시민 참여나 인식 개선에 대한 요구가 많은 반면 정작 인프라나 정책, 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 같아요.”(양예빈) 김씨 역시 친환경도시로 이름난 독일 프라이브루크 시 사례를 들며 “환경 선진국은 시민의식도 높겠지만 정부 차원에서 시스템을 갖춰놓고 사람들의 행동을 유도한다”며 “예를 들어 플라스틱 생수 한 병에도 보증금이 붙어 훨씬 비싸기 때문에 사람들은 일부러 유리병 음료를 살 수밖에 없다”고 보탰다. 정책당국에서 좀더 적극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래 청년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많다. “미세먼지만 해도 어떤 마스크가 좋은지, 어떤 공기청정기 성능이 좋은지에만 관심이 있지 왜 미세먼지가 발생하고, 왜 태풍이 자주 일어나는지 그 원인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시민들이 좀더 환경과 정책에 관심을 가져야 정부도 바뀌고, 변화가 더 빠르게 일어나지 않을까요.”(양예빈)

“정책이라고 하면 나와는 무관하고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왔어요. 그런데 청정넷에서 직접 정책을 만들고 제안하는 활동을 하면서 나는, 우리 청년들은 지금까지 정말 아무 기회 없이 살았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더 많은 청년들이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습니다.”(김지윤) 그의 마지막 한마디는 의미심장하다. “지금 대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온실가스는 백년 전 산업혁명 당시 발생한 거래요. 그 동안 더 늘었겠죠. 그로 인한 피해를 가장 많이 받는 건 우리 청년 세대일 거예요.” 현재 세대가 기후위기에 손 놓고 있는 것은 미래 세대에 그 비용과 피해를 그대로 떠넘기는 일이 될 것이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N포, 무기력, 정치무관심, 각자도생… 우리 사회가 청년을 규정하는, 익숙한 수식들이다. 그런 가운데 스스로 존재하고, 스스로 빛을 내는 청년들의 목소리는 너무나 쉽게 지워지고 만다. 한국일보가 더 많은 변화와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 나선 청년들의 목소리를 4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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