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를 이대로 방치하다간 30년 후엔 베트남의 경제수도 호찌민시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해수면 상승으로 도시가 바다에 잠겨 주민들이 정든 터전을 떠나야 하는 비극이 닥칠 수 있어서다. 2050년이 되면 지구촌에서 이런 식으로 집을 잃는 사람이 1억5,000만명이나 될 것이라는 암울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기후변화 연구기관 ‘클라이밋 센트럴’은 29일(현지시간)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게재한 논문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금처럼 유지될 경우 해수면이 높아져 2050년 전 세계 3억명의 인구가 1년에 적어도 한 번 침수 피해를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만조 때를 기준으로 1억5,000만명은 거주지가 아예 물에 잠기는, 해수면 아래서 살게 된다고 논문은 분석했다. 이는 종전 예상치의 3배 규모로 연구진은 지형ㆍ지물을 훨씬 정밀하게 측정하고 오류를 최소화하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충격적인 결과를 얻었다.
해수면 상승의 피해는 아시아 나라들에 집중됐다. 베트남은 호찌민을 포함, 인구 4분의 1(2,000만명)이 밀집돼 있는 베트남 남부 전 지역이 물에 잠길 것으로 예측됐다. 태국은 인구의 10%가 침수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살고 있으며 수도 방콕도 수몰 위기에서 안심할 수 없다고 한다. 또 이미 침수 위험 등을 이유로 8월 수도 이전 방침을 공개한 인도네시아는 해수면 변화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국민이 기존 500만명에서 2,300만명으로 5배 가까이 폭증했다. 중국 상하이(上海)와 인도 뭄바이 역시 온난화 부작용에 시달릴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매년 해안 침수를 겪는 인구가 30년 뒤 130만명에 달한다고 논문은 지적했다.
연구진은 이제라도 침수 위험 지역에 방파제를 설치하는 등 보호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 정도는 임시 방편에 불과하다. 해안 저지대에 위치한 미 뉴올리언스는 광범위한 제방을 갖췄지만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몰아쳤을 때 보호 수단이 전혀 기능을 하지 못해 도시가 쑥대밭이 됐다. 탄소배출량을 줄여 자연재해 발생 가능성을 최대한 낮추고 거주지를 옮기는 등 보다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제이주기구(IOM)의 디나 이오네스코는 뉴욕타임스에 “국가가 나서 인구 재배치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며 “현대에 들어 이런 규모의 주민 이동은 없었다”고 말했다.
대책 수립이 시급한 다른 이유는 해수면 변화의 파장이 환경문제 범주를 넘어선다는 데 있다. 가령 이라크 제2 도시 바스라도 침수 예상 지역으로 지목됐는데, 이렇게 되면 거주지 이전을 둘러싸고 인근 국가들끼리 무력 충돌을 불사하는 등 안 그래도 시끄러운 중동에 새로운 분쟁을 촉발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 먹고 살 땅을 잃은 농부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 슬럼화를 부추길지도 모른다. 미 기후ㆍ안보센터 자문단에 소속된 존 카스텔로 전 해병대 중장은 “토지 상실은 해당 지역의 사회ㆍ정치적 불안정성을 심화시키고 테러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며 “기후변화는 이제 환경이 아닌 인도주의와 안보ㆍ군사의 문제”라고 경고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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