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 창립 50돌 맞는 삼성전자
방위산업과 화학 등 비주력 계열사 매각,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보상 마무리, 그룹 순환출자 고리 해소, 2030년 세계 시스템 반도체 1위 목표 수립….
2014년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 나선 후 삼성에 일어난 변화들이다. 이병철 창업주와 이건희 회장이 이끌어온 삼성의 지난 50년을 ‘성장’으로 표현한다면, 이재용 부회장의 5년은 ‘선택과 집중’으로 요약된다.
1969년 경기 수원에서 36명의 직원으로 출범한 삼성전자가 다음달 1일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그 동안 직원수는 10만 3,000명으로 늘었고, 매출은 사업보고서를 작성한 1998년 25조원에서 지난해 234조원으로 20년 사이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공식 기록이 남아있는 1972년 2억5,000만원이었던 수출 실적은 지난해 153조 5,600억원으로 54만배 이상 늘었다.
세계 1등 제품도 무수히 많다. 삼성은 세계 TV 시장에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3년 연속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밖에 냉장고는 7년 연속, 무선스피커는 4년 연속 세계 판매고 1위를 기록 중이다.
애플과 격전을 벌이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삼성은 2011년 이후 왕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의 독주는 27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이 1983년 반도체 사업에 과감한 투자를 결정한 덕분이다. 그외 중소형 디스플레이, 낸드 플래시 등 세계 1위 타이틀을 갖고 있는 삼성 제품은 10여개에 달한다.
50년간 비약적으로 성장한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 등장한 이후 ‘변화’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부회장은 전자와 반도체를 회사의 주력으로 삼고, 당시 상당한 수익을 내던 방산ㆍ화학 계열사를 과감히 매각했다. 2014년 한화에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4개사를 넘겼고, 2015년엔 롯데에 삼성정밀화학, BP화학 등을 매각했다. 국내 재벌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 받은 문어발식 사업 확장 대신 ‘선택과 집중’을 통해 비주력 사업을 정리한 것이다.
삼성은 2007년 이후 11년간 지속되던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와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조정위원회의 중재안을 수용했다. 지배구조와 관련해서도 지난해 4월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404만주를 처분한 것을 시작으로, 9월 삼성전기와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까지 매각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했다.
그러나 지난 5년간 ‘선택과 집중’에 방점을 두고 회사를 이끌어온 이재용 부회장 앞에 놓인 과제도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의 최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이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고, 반도체 시장의 불황으로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은 지난해와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더구나 지난 7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로 인한 생산 환경의 불확실성도 여전한 상태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이 부회장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133조원을 투입하겠다는 내용의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는 등 지속적인 투자 계획을 밝히고 있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삼성은 이제 국내 기업의 틀을 벗어나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며 “지배구조도 총수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전문 경영인과 시스템이 회사 경영을 이끌어가는 다변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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