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군대’낸 이상문씨 
이상문씨는 “군대에서 개인이 없어지는 느낌이었다. 내 이름을 다시 이상문으로 바꾸기 위해서 뭘 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책 제목을 ‘내 이름은 군대’로 지은 이유다. 고영권 기자

물류센터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버는 대학생 이상문(23)씨는 지난 해 이맘 때 공군을 불명예 제대했다. 흔히 ‘관심병사’로 불리는 군복무 부적응자로 분류돼 약 2년 간 부대와 병원을 오가다 현역 부적합 심사를 신청했고 5급 판정을 받았다. 이 체험을 쓴 단행본 ‘내 이름은 군대’(정미소 발행)를 공군창설일이자 국군의 날, 자신의 생일인 이달 1일 발간했다. 최근 서울 남대문로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이씨는 “관심병사로 있으면 다른 관리병사, 내 일을 대신하는 병사들에게 폐가 되고, 무엇보다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했다.

이씨는 자신의 군대 부적응, 불명예제대를 “정반합의 과정”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아싸(아웃사이더)이긴 했지만 대학생활에 적응 못하는 것도 아니고, 좁지만 괜찮은 대인관계를 갖고 있다고 자신했다. 입대 전 약간의 걱정은 있었지만, 일반적으로 남자들이 군대 갈 때 갖는 두려움과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입대 초반, 당연히 이씨도 군에 적응하려고 노력했다. 책에는 입영식 때 배웅 나온 가족과 헤어지면서 눈물 흘리고, 훈련소 첫 전화 시간에 어머니와 통화되지 않았을 때 좌절을 느끼고, 남자만 우글거리는 훈련소에서 경쟁하듯 위악적으로 펼치는 여성혐오와 성 경험담을 들으며 그럼에도 남성성을 선망하는 자신을 되돌아 본 경험이 세밀하게 담긴다. 이씨는 “제대 후 군 체험서를 만들어 저 자신에게 선물할 요량으로 훈련소 입소 때부터 꼬박꼬박 일기를 썼다. 그 기록이 이렇게(단행본 출간) 쓰일지 몰랐다”고 말했다. 그만큼 자기애가 많은 터라 “똑같은 옷, 똑같은 머리를 하고 똑같이 발맞춰 행진하는” 군대에 있다는 사실 자체를 견디기 어려웠다.

일병 무렵 ‘군 생활 만족도를 숫자로 표기해달라’는 상담사의 요구에 이씨는 ‘0’으로 답했다. 그는 “군대에서 개인이 없어지는 느낌이었다. 개인의 이름을 부정하면서 우울증에 힘들었다. 국가 폭력의 희생자이면서 기여자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관심병사로 생활이 시작됐다. 한 달에 한 번 정신과에서 약을 처방 받았고, 진료를 볼 때마다 동료들이 이씨의 업무를 대신했다. 우울증 등의 증세가 심해지며 병원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어떻게든 군대에 적응하고 싶어 우울증에 시달리면서도 ‘다 나았다, 괜찮다’고 대답하며 무리하게 퇴원했고, 증상이 재발해 입원했다. 부적합 심사를 받고 싶다는 이씨의 요구에 가족은 ‘조금만 참으라’고 달랬다.

부대 내 유일하게 인터넷을 쓸 수 있는 일명 ‘사지방’으로 불린 사이버지식정보방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리고 일기를 쓰는 게 하루 일과가 됐다. 그는 SNS에서 동성애자임을 밝혔고,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의 응원을 받으며 ‘인싸’(인사이더)로 활동했다. 점점 사지방에 틀어박힌 시간이 늘었을 무렵, 육군참모총장이 군대 내 동성애자 색출을 지시했다는 군인권센터의 의혹제기가 보도됐다. 이씨는 “국내 부대관리 훈령에 동성애자에 관한 장이 따로 있고, 동성애자 군인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해 세세하게 적혀있다. 차별금지법과 가장 유사한 법인데, 상위법인 군형법은 동성애자의 성행위를 처벌을 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성애자들에게는 죄가 되지 않는 행동이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처벌의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불명예제대 후에도 폭식 등 후유증에 시달린 그는 “책이 나올 때까지 자살하기 않겠다”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버텼고 올해 초부터 정신과를 찾아 상담을 받고 있다. “훈련이나 전투 중 부상당한 군인을 국가가 지원하는 건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관심병사가 제대 후 국가가 정신을 치료해준다든가, 어떤 지원을 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어요. 의무라고 군대에 끌고 왔으면 치료해줘야 할 텐데 국방부는 그런 책임감이 없죠.”

군대에서의 경험을 계기로 이씨는 ‘대학·청년성소수자모임연대 QUV_큐브’에서 활동하며 동성애자 처벌 규정을 담은 군형법 제92조의6을 폐지하는데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그는 “이 책이 좀 더 파급력을 가졌으면 좋겠다. 제 고백이 누군가의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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