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3일부터 ‘아이다’ 암네리스로 무대 서는 
 정선아 인터뷰 
뮤지컬 '아이다'의 암네리스로 돌아올 정선아는 30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어릴 땐 새로운 역할을 여럿 해내고 싶었다면, 이제는 된장처럼 구수하고 깊게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욕심이 난다"라고 말했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그의 넘버와 안무가 시작되면 어김 없이 객석이 들썩인다. 관객들은 그의 몸 재간을 따라 좌석 위로 손을 올려 엄지와 중지로 소리를 내며 어깨를 앞뒤로 흔든다. 뮤지컬 애호가들에게선 ‘아이다’의 ‘마이 스트롱기스트 수트(My strongest suit)’, ‘위키드’의 ‘파퓰러(Popular)’ 등 인기 넘버를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배우들 보다 훌륭하게 소화한다는 평까지 받는다. 캐릭터를 제대로 구현하는 그의 무대를 보고 나면 개운한 기분마저 든다. 정선아(35)는 관객 입장에선 믿고 보는, 연출가 입장에선 믿고 맡기는 탄탄한 배우로 통한다.

1년 가까이 활동을 쉰 정선아가 다음 달 ‘아이다’의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로 돌아온다. 2010년, 2012년에 이어 7년 만의 ‘정암네’(팬들이 정선아와 암네리스를 합해 부르는 애칭)이자 오리지널 버전의 마지막 암네리스이기도 하다. 디즈니 씨어트리컬 프로덕션이 올해를 끝으로 ‘아이다’의 브로드웨이 레플리카(음악, 안무, 의상 등 모든 구성이 오리지널과 같은 공연) 버전 공연 종료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공연 연습에 한창인 29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선아는 “극 속에서 작품의 끝을 맺는 암네리스처럼 ‘아이다’의 마지막을 닫는 역할을 하게 돼 오묘한 기분이 든다”고 했다.

세 번째 암네리스 역을 맡은 정선아의 모습. '아이다'에는 팝 거장 앨턴 존과 세계적 뮤지컬 음악가 팀 라이스가 참여한 만큼 팝 기반의 현대적 넘버가 가득하다. 정선아는 ‘아이다’를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 본 사람은 없을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신시컴퍼니 제공

암네리스는 정선아가 “인생 캐릭터”로 꼽는 역할이다. 정선아는 이 역할로 2013년 각종 뮤지컬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며 뮤지컬계 정상의 자리를 다졌다. 정선아는 “암네리스는 너무 아끼는 캐릭터였기에 더 이상 줄 사랑은 없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연습을 시작하자마자 더할 사랑이 남았다는 걸 확인했다”며 웃었다. 그는 “이전엔 배우 정선아의 에너지를 전달하려고 힘썼지만 이젠 캐릭터 안에서 암네리스와 더욱 한 몸이 돼 그의 마음 여정을 보여주는 데 치중하고 있다”고도 했다. 공연 기획사인 신시컴퍼니 내부에선 정선아에게 이번엔 아이다 역을 맡겨보자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정선아는 “암네리스를 기만할 수는 없다”며 기존 역할을 고집했다고 한다.

처음 ‘아이다’를 만난 때로부터 어느새 9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만큼 정선아의 암네리스는 한층 더 깊어졌다. “오늘 1막을 처음부터 끝까지 끊지 않고 연습하는데 ‘마이 스트롱기스트 수트’를 부르는 걸 보고 키스 배튼 연출가가 놀라며 말씀하시더라고요. ‘좀 더 철 없고 어린 듯한 7년 전의 네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연기가 굉장히 깊어졌다’고요. 기분이 너무 좋더라고요. 이전엔 열정이 가득하고 싱그러운 모습의 암네리스를 보여드렸다면, 이번엔 내심 암네리스의 깊은 내면과 단단한 힘을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2012년 '아이다'에서 암네리스 역을 맡은 정선아가 주요 넘버인 '마이 스트롱기스트 수트'를 부르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정교한 캐릭터 분석에 집중하고 있다는 정선아는 그래서 이번 암네리스의 주요 넘버는 ‘마이 스트롱기스트 수트’가 아닌 ‘아이 노우 더 트루스(I know the truth)’라고 소개했다. 암네리스의 남편이 될 라다메스가 암네리스의 노예이자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한 아이다와 사랑에 빠졌음을 알아차린 직후 좌절하는 마음을 억누르며 부르는, 가슴 절절한 곡이다.

정선아는 데뷔 한지 17년이 됐다. 2002년 열여덟 어린 나이에 뮤지컬 ‘렌트’의 미미 역으로 처음 무대에 올랐다. 정선아는 “중학생 때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를 처음 본 후 줄곧 뮤지컬 배우를 꿈꿨다”며 “‘렌트’ 캐스팅을 준비하기 위해 제작사 홈페이지에 게재된 모든 넘버와 안무를 한국어와 영어로 달달 외웠다”고 회상했다. 가난한 예술가들의 꿈과 사랑을 그린 ‘렌트’에서 고등학생의 성량과 끼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미미 역을 잘 소화해 이후 대형 뮤지컬의 주연 자리를 도맡아왔다.

정선아는 지난해 말 뮤지컬 ‘웃는 남자’를 마친 후 별안간 중국으로 떠나 1년 가까이 그곳에서 지냈다. 배우 생활을 하며 이토록 오래 쉰 적은 없다. “지금이 아니면 이런 도전을 해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는 정선아는 중국어 공부에 매달렸다고 한다. “제 인생에 그간 브레이크가 너무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처음엔 밥을 시켜 먹기도 어려운 실력으로 갔지만 지금은 큰 자신감을 얻어 왔어요. 해외에서 받은 영감이 작품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고요.”

뮤지컬 애호가들과 연출들에게 모두 인정받는 정선아가 욕심 내는 작품은 뭘까. 그는 "뮤지컬 틱틱붐과 듀엣"을 꼽았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창력, 연기력, 춤 등 모두 인정받는 정선아이니만큼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앤드 진출 욕심은 없느냐고 물었다. 그는 의외의 생각을 들려줬다. 정선아는 “얼마 전 대학 동기인 배우 이규형의 뮤지컬 ‘시라노’를 봤는데 마치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며 “항상 대ㆍ중ㆍ소극장을 오가는 배우들을 대단하다고 여겼는데, 저 역시 좋은 작품을 만난다면 중ㆍ소극장에도 서보고 싶다”고 바랐다. 정선아는 욕심 나는 작품으로는 ‘틱틱붐’과 ‘듀엣’을 꼽았다. ‘아이다’는 다음달 13일부터 내년 2월23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된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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