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12월부터 왕진 시범사업
자기부담비용 최대 3만4500원
앞으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중증환자가 집에서 의사의 방문진료(왕진)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현재는 의사가 환자의 집을 방문하더라도 의료기관 내 진료와 같은 진료비를 받기 때문에 왕진을 가는 의사가 없는데, 앞으로는 진료비가 크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르면 12월부터 시범사업에 참여할 의료기관을 모집해 시행할 계획이다.
3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러한 내용의 ‘재택의료 활성화 추진계획’이 이날 열린 올해 제21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확정됐다. 추진계획은 지난달 25일 제20차 건정심에서도 논의됐으나 가입자 단체 측에서 의사에게 지급하기로 한 건강보험 수가(11만5,000원)가 의료기관 내 진료(1만1,000~1만5,000원)에 비해 과도하다는 이유로 확정이 미뤄졌다.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환자에게는 수가의 30%인 자기부담 비용 마련이 버겁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번에 확정된 추진계획에선 왕진료 수가가 2개로 나뉘어졌다. 기존안인 왕진료A(11만5,000원)에 새롭게 왕진료B(8만원)가 추가됐다. A안은 의사가 환자를 방문해 여러 진료 행위를 하더라도 포괄적인 의료행위로 판단해 11만5,000원만 의사에게 지급하는 반면, B안은 기본 금액은 적은 대신 욕창 부위를 소독하는 등 추가적 의료행위마다 수가를 더 청구할 수 있다. 왕진은 진료를 받아야 할 필요성이 있으나 보행이 곤란하거나 불가능해 환자나 보호자가 요청한 경우에 가능한데, 이때 의사가 상황에 맞는 수가를 선택해 받게 된다. 자기부담 비용은 A안의 경우 3만4,500원이고 B안은 최소 2만4,000원이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가 충분한 논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추진계획 참여 거부를 선언했으나 복지부는 사업 추진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이중규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거동 불편 환자를 집에서 관리하는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에 참여하는 지방자치단체가 16곳이고 이 지역 의원만 4,000여개”라면서 “의협 반대보다는 병원 진료시스템에 익숙한 의료계 분위기를 어떻게 개선하느냐가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날 건정심에서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문재인케어) 후속조치도 확정됐다. 12월 1일부터 인지장애나 암 질환, 난임치료 등 중증질환 분야의 의료행위와 치료재 64개에 대해 새롭게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된다. 예컨대 파킨슨병의 진단과 치료를 위한 레보도파경구 투여 후 반응검사는 상급종합병원 입원 환자 기준 7만5,000원의 자기부담이 있었으나 앞으로는 7,000원만 내면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또 난임 여성의 난소기능을 확인하기 위한 항뮬러관호르몬 검사는 의원 외래진료 기준 환자 자기부담이 6만8,000원이었으나 앞으로는 1만5,000원으로 줄어든다.
이밖에 정신질환자 지속치료 지원 시범사업도 건정심에서 확정됐다. 정신질환자에게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24시간 진료가 가능한 정신응급의료기관을 지정하고 기존 응급환자와 달리 수가를 높여주는 내용이다. 현재는 자ㆍ타해 위험이 있는 정신질환자의 응급 입원이 가능한 병원이 너무 부족해, 경찰이 요청해도 의료기관이 꺼리는 경우가 많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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