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유리조각, 시련 아닌 놀이로 보면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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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유리조각, 시련 아닌 놀이로 보면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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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3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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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최고 문학상 받은 작가 겸 배우 엔리코 이안니엘로 방한

세계 이탈리아어주간 행사를 위해 방한한 엔리코 이안니엘로가 24일 열린 낭독회 행사에서 독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현대문학 제공

“이탈리아에는 깨진 유리조각을 시련이 아닌 놀이로 생각하라는 비유가 있어요. 비극적인 사건을 잊을 수 없다면, 이를 다른 방식으로 승화시켜보라는 거죠. 이를테면 예술로요. 한국 역시 지진의 아픔을 겪었다고 들었어요.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 특히 청소년들이 시련을 계기로 새로운 계획을 만들어보면 좋겠어요.”

이탈리아의 배우 겸 작가 엔리코 이안니엘로가 2017년 11월 발생한 포항 대지진으로 고통을 겪은 주민들을 향해 이렇게 전했다. 이안니엘로는 소설가이자 배우, 영화감독으로 활동 중인 전방위 예술가다. 2015년 첫 소설 ‘원더풀 이시도로, 원더풀 라이프’로 “마음을 사로잡는 아름답고 환상적인 동화”라는 평가와 함께 그해 이탈리아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캄피엘로상과 반카렐라상을 수상하며 단숨에 주목 받는 작가로 떠올랐다. 2019 세계 이탈리아어주간 행사를 위해 방한한 이안니엘로를 24일 서울 한남동 주한이탈리아문화원에서 만났다.

‘원더풀 이시도로, 원더풀 라이프’는 1980년 이탈리아 남부 지방을 배경으로 새와 대화하며 휘파람으로 세상을 치유하는 소년 이시도로의 이야기를 그린다. 낭만적인 공산주의자 아빠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파스타를 만드는 엄마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던 이시도로는 이르피니아 전역을 뒤흔든 대지진으로 가족을 잃고 실어증에 걸린다. 불행을 ‘슬픈 행복’으로 극복해나가는 이시도로를 통해 작가는 “성장하는 모든 것은 헤어지기 마련”이라는 교훈을 전달한다. 그는 “소설은 아름답고 동화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지만, 동시에 불안한 이탈리아의 정치적 현실적 상황을 반영한다”고도 했다.

“소설에 나오는 1980년 이르피니아 대지진은 실제 이탈리아에서 있었던 사건이에요. 2,400명의 사상자를 냈죠. 문제는 피해 복구 과정에서 마피아가 개입해 이득을 챙기는 바람에 도시 재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거예요. 이 때문에 이탈리아 남부 지방은 북부 지방에 비해 점점 더 낙후돼 갔죠. 저 역시 남부 출신으로서 그런 상황을 지켜봐야 했고, 이때의 안타까움을 소설에 녹였어요.”

한국 소설은 아직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밖에 못 읽어봤지만, 배우 겸 감독답게 한국 영화는 줄줄 읊을 만큼 열렬한 팬이다. 내년 개봉 예정인 한국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의 출연도 계획 중이다.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감독의 작품이라고 한다. “제 책은 경쾌하면서도 진지함이 대비되는 영혼을 가지고 있는데, 한국 독자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무척 궁금해요. 내년에는 스크린에서도 만나요.”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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