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대구 서구 내당동 대구경북양돈농협 본점 2층 직영음식점에서 열린 돼지고기 소비촉진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국내산 삼겹살을 시식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국내에 상륙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이달 9일 이후 3주 넘게 축산 농가에서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돼지열병 감염 지역과 멀리 떨어진 곳까지 전국의 양돈농가에선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돼지열병이 축사의 돼지뿐 아니라, 돼지고기 소비심리까지 감염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돼지고기 가격은 생산비용보다 낮은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돼지열병이 인체에 무해한 만큼 안심하고 돼지고기를 섭취해도 된다고 권고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가 최근 소비자 526명을 상대로 실시해 30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5.4%(249명)는 “돼지고기 소비를 1년 전보다 줄였다”고 답했다. 특히 이들 중 70.3%(154명)은 소비를 줄인 이유로 “돼지고기 안전성이 의심돼서”라고 말했다. 소비자 대다수가 돼지고기의 안전을 우려해 섭취를 꺼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소비심리 위축은 이동중지 명령 해제로 인한 돼지고기 공급의 일시적 증가와 겹쳐 급격한 돼지고기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29일 제주를 제외한 전국 도매시장에서 돼지고기 1㎏은 2,823원에 거래됐다. 첫 돼지열병 확진 농장이 발표되기 직전인 지난달 16일(1㎏당 4,403원)과 비교하면 36%가량, 직후인 지난달 18일(1㎏당 6,201원)에 비해선 반토막 아래로 가격이 떨어진 것이다. 특히 이달 17일부턴 돼지고기 도매가가 1㎏당 3,000원 밑으로 떨어졌는데, 이는 무려 6년 만의 일이다.

[저작권 한국일보]돼지고기 도매가격 추이/ 강준구 기자/2019-10-30(한국일보)

다음달에도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 농업관측본부는 11월 평균 돼지 도매가격이 1㎏당 3,400~3,500원으로 이달보다 소폭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1월 평균 도매가격이 1㎏당 3,675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지난해보다 2.0~7.5% 낮은 선에서 가격이 형성되는 것이다.

돼지값 폭락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양돈농가의 몫이다. 농업계에 따르면 돼지고기 1㎏당 생산원가는 4,200원이다. 최근 도매가격은 생산원가보다 더 낮은 것이다. 농협경제지주 관계자는 “한돈 농가들은 돼지열병으로 사육 인프라 붕괴 우려에 더해, 소비 위축까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소비위축에는 별다른 과학적 근거가 없다. 돼지열병 확진 판정을 받았거나 감염이 의심되는 돼지는 모두 매몰 처분되기 때문에 시중에 유통되지 않는다. 설사 돼지열병에 감염된 돼지고기를 섭취하더라도 인체에는 아무 영향이 없다.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는 “(돼지열병) 바이러스는 멧돼지를 포함한 돼지과 동물에만 국한돼 감염된다”며 “바이러스는 75도 이상으로 수초만 가열해도 사멸한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본부 역시 “돼지열병은 돼지에게만 감염되는 바이러스로 사람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미 지난 100년 가까이 국제적으로도 검증된 사실이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와 유럽식품안전국(EFSA)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돼지열병은 인간의 건강에 위험하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농협경제지주 관계자는 “아프리카에서 처음 돼지열병이 발견된 1920년대 이후 지금까지 아프리카, 유럽 등 수많은 지역에서 발생했지만 돼지고기 섭취가 인체에 해를 입힌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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