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게 필요한 추가 검사를 하지 않아 암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해 사망에 이르게 했을 경우 병원 측이 유족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인천지법 민사3단독 김연주 판사는 2016년 76세 나이로 숨진 A씨 유족이 B의료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30일 밝혔다. 김 판사는 B의료법인에게 A 아내에게 627여만원, 자녀 4명에게 각각 418여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A씨는 2012년 10월 26일 복통, 발열 등으로 B의료법인이 운영하는 인천의 C병원을 찾아 혈액검사, 흉부 방사선검사 등을 받았다. 당시 의료진은 무기폐(질병 등으로 폐 부피가 줄어 쭈그러든 상태) 소견과 함께 폐암이 의심된다며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권고했다. 그러나 검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A씨는 2013년 1월 14일부터 6월 17일까지 5차례에 걸쳐 C병원에서 흉부 방사선검사를 받았으나 당시 활동성 병변은 발견되지 않았다. 2014년 5월 12일에는 C병원 심장내과를 찾아 흉부 방사선검사를 했는데, 당시 무기폐 소견이 나왔다.
A씨는 2016년 1월 21일에서야 흉부 CT 검사를 받았고 보름 뒤인 다음달 4일 폐암 진단을 받은 뒤 5일 만인 그달 9일 사망했다.
김 판사는 “폐암 등 진단에 있어서 흉부 방사선 촬영만으로는 진단이 쉽지 않고 폐 병변(병으로 일어나는 신체 변화)이 암인지 다른 질환인지 확인하기 위해 CT 촬영, 나아가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 조직검사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적어도 병원 의료진은 검사에서 비정상 소견이 발견된 2014년 5월에는 CT 촬영, 조직검사 등 추가 검사를 이행했어야 했지만 이행하지 않아 조기에 폐암을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잃게 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라고 판단했다.
그는 “다만 A씨가 당시 만 74세의 고령이었고 관상 동맥질환, 당뇨 등 질병으로 인해 수술이 힘든 상태였던 점, 검사와 진단이 조기에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완치 가능성이 낮은 점, 폐암에 대한 진단과 의학기술의 한계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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