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상정한 12월 12일 조기 총선안이 29일(현지시간) 영국 하원을 통과했다. 상원을 통과해 확정된다면 영국은 96년 만에 12월 총선을 실시하게 된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등 현안에서 교착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영국 정계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하원은 이날 존슨 총리의 조기 총선안을 찬성 438표, 반대 20표로 통과시켰다. 존슨 총리는 전날인 28일 상정한 조기 총선안이 부결되는 등 세 차례의 실패가 있었지만 네 번째 시도에서 조기 총선을 결국 쟁취해 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입장 변화도 조기 총선 결정에 큰 역할을 했다. 그동안 ‘노 딜’ 브렉시트의 위험을 이유로 들어 조기 총선에 회의적이던 노동당이 브렉시트가 내년 1월 31일까지 연기되면서 조기 총선을 받아들인 것이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이날 오전 예비내각회의를 개최, 조기 총선 찬성 입장을 공식화했다. 코빈 대표는 “EU가 브렉시트를 1월 31일까지 연기했으므로 3개월 동안 ‘노 딜’ 위험은 사라졌다”면서 “우리는 이제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 역사상 가장 야심 차고 철저한 (선거) 캠페인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권자 범위와 총선 실시 날짜를 두고 여야 간 갈등 양상은 이날도 드러났다. 이날 하원에 상정된 수정안에는 △16, 17세 청소년에게 투표권을 주는 법안 △EU 국적자에게 투표권을 확대하는 법안 △12월 9일 조기 총선안 △12월 7일 조기 총선안 △2020년 5월 7일 조기 총선안 등이 포함됐지만 존슨 총리는 청소년과 EU 국적자에게 투표권을 줄 경우 법안을 철회하겠다고 강하게 맞섰다.
린제이 호일 하원 부의장은 투표권을 확대하는 수정안을 비롯해 문제의 소지가 있는 두 개의 수정안은 채택하지 않으면서 이날 표결은 날짜만 정하면 되는 쪽으로 흘러갔다. 먼저 표결이 시작된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가 상정한 12월 9일 조기 총선 수정안은 찬성 295표, 반대 315표로 부결됐고, 이어 실시된 존슨 총리의 법안은 하원을 통과, 상원의 표결을 앞두게 됐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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