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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ㆍ암호화폐에 타다까지… 낡은 법에 막히는 新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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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ㆍ암호화폐에 타다까지… 낡은 법에 막히는 新산업

입력
2019.10.30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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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타다 기소에 논란, 신ㆍ구산업 갈등에 법 들이대 新산업 위축… “사회적 공론화로 해결을”

29일 오전 서울 시내 거리에서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차량이 거리를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전 서울 시내 거리에서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차량이 거리를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타다’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기소하면서 “새로 출현한 신(新)산업을 기존 법의 잣대로 재단하는 게 과연 적절한가”라는 논란도 고조되고 있다. 실제 최근 수년간 공유경제와 암호화폐 등 4차산업의 이름으로 우리 사회에 등장했던 신산업들은 번번이 기존 법의 장벽에 막혀 퇴짜를 맞고 있다. 혁신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기계적인 법 적용보다 사회적 합의를 통한 해결을 우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산업 줄줄이 좌초 

29일 관련 업계에선 전날 검찰의 타다 기소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게 일었다. 검찰을 비판하는 측은 “통상 신산업은 기존에 없던 새 개념으로 사업을 펼치기 마련인데, 이를 기존 법의 관점에서 진단하면 구조적으로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유경제는 도도히 밀려오는 사회적 혁명인데 한편으로는 택시업계가 고민”이라며 “검찰이나 사법부가 판단할 문제이기는 하지만 (갈등을 막을) 사회적 동의가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존 전통산업과 신산업 간의 출동은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국내에선 신ㆍ구 산업 갈등에 법의 잣대를 들이대 논의가 중단되거나 산업 자체가 위축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세계적인 차량공유 업체 우버의 국내 철수다. 2013년 8월 우버가 한국시장 문을 두드리자 택시업계는 “생존권을 위협받는다”고 격렬하게 반대했고, 서울시는 2014년 이들을 불법 여객운수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같은 해 12월 검찰이 기소에 나서면서 결국 우버는 이듬해 3월 국내 서비스를 중단하며 백기를 들었다.

이후 모빌리티 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2017년 카풀(승차공유) 스타트업인 풀러스도 서비스를 확대하려 했지만 고발당했고, 결국 불법 논란에 경영난까지 겪었다. 비슷한 형태의 모빌리티 서비스들도 나올 때마다 줄줄이 좌초되거나 폐업 위기에 직면했다.

금융감독의 대표적 사각지대로 꼽히는 암호화폐(가상화폐) 역시 마찬가지다. 2017년 전 세계적으로 암호화폐 열풍이 불자 정부는 이를 투기로 보고 규제에 나섰다. 11월 블록체인 개발업체가 암호화폐를 발행해 투자금을 끌어 모으는 암호화폐공개(ICO) 전면금지를 시작으로 12월에는 법무부 중심의 ‘암호화폐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도 출범했다.

여기에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월 “거래소 폐쇄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사실상 ‘암호화폐=도박’이라는 공식에 쐐기를 박자 당시 2,500만원까지 치솟던 비트코인 가격은 급락했고,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도 줄을 이었다. 현재 국내 암호화폐 시장은 위축을 넘어 고사 수준에 이르고 있다. 많은 국내 업체도 한국을 떠나 싱가포르 등 해외에 법인을 설립해 ICO를 실시하고 있다.

타다 역시 검찰의 등장으로 그간 진행되던 택시업계와의 상생 논의는 중단될 공산이 크다. 특히 타다를 전면 금지하는 법 개정안까지 발의된 상태여서, 향후 모빌리티 업계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법 장벽에 막힌 주요 혁신산업 사례. 그래픽=박구원기자
법 장벽에 막힌 주요 혁신산업 사례. 그래픽=박구원기자

 ◇”신산업 갈등 해결 접근법 바꿔야” 

전문가들은 기계적 법 적용의 부작용을 우려한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관련 법이 없으면 새로운 법을 만들든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에 나서든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법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혁신에는 창조적 파괴 과정이 필요한데 무언가 파괴될까 두려워 아예 못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테크앤로 변호사는 “지금은 정부가 공식 인정한 4차 산업혁명 전환기인만큼 기존의 규제 잣대로 신산업을 재단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며 “신산업에 법을 들이대는 일이 지속되면 ‘기득권에 맞서면 감옥 간다’는 선례로 남아 산업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법적 판단보다 쉽지는 않지만 사회적 공론화를 통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계속 된다. 유정훈 아주대 교수는 “법으로 규제하기에 앞서 사회와 이해집단 간 공론화를 거치고 국회에서도 관련 입법에 나서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구 변호사 역시 “국민적 합의를 통해 어떻게 허용할지 논의하고, 이후 규제샌드박스 등을 통해 사회적으로 공감할만한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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