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 화폐를 계속 금지할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발언 후 세계 블록체인 시장이 들썩거리자 시장 과열 진정에 나선 셈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8일 오후 인터넷에 게시한 논평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암호화폐와 더불어 생겨난 것은 사실이지만 블록체인 기술 혁신이 가상화폐 투기와 동의어는 아니다”라며 “블록체인을 이용한 가상화폐 발행과 (실체가 없는) ‘공기 화폐’ 투기를 반드시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블록체인 시장이 아직 초창기에 있다고 강조하면서 시장 과열 현상을 우려했다. 인민일보는 “블록체인은 초기 발전 단계에 있어 안보, 표준, 감독 등 측면에서 아직 더욱 발전해야 한다”며 “큰 방향에는 틀림이 없지만 소리를 지르며 우르르 몰려가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전했다.
환구시보(環球時報)도 가상화폐 시장의 ‘종말’을 예고하는 더욱 공격적인 칼럼을 실었다. 샹리강(項立剛) 중국정보소비연맹 이사장은 칼럼에서 “블록체인 분야에서 ‘국가대표팀’이 경기장에 들어왔으니 ‘가상화폐 사기꾼’들의 최후가 가까워졌다”고 주장했다. 샹 이사장은 “국가가 주권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면 많은 가상화폐는 반드시 청소될 것”이라며 “국가가 블록체인을 중시한다는 것은 가상화폐 투기꾼들에게 더 큰 기회가 생기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그들의 종말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주류 매체들의 잇따른 가상화폐에 대한 경고 목소리는 시 주석의 발언이 블록체인 시장의 과열로 이어진 가운데 나온 것이다. 앞서 시 주석은 24일 블록체인의 발전 동향을 주제로 한 정치국 집단학습을 주재하고 중국이 블록체인 산업의 혁신적 발전에 속도를 내라고 주문한 바 있다. 그 이후 시장 일각에서는 시 주석의 발언이 중국 가상화폐 정책의 변화를 예고한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하루 만에 40% 폭등하기도 했다. 28일 중국 증권시장에서는 블록체인 테마주로 분류되는 112개 종목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23일 구글이 양자컴퓨터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발표하면서 가상화폐의 가격이 폭락한 후 시 주석의 발언으로 가상화폐 가격이 반등하는 등 ‘널뛰기’ 장세에서 다시 중국이 시장을 조이기 시작한 것이다.
인민일보 등 관영 매체의 논조에 따르면 중국이 블록체인 산업 발전을 추구하는 방향은 맞지만 국가의 통화 주권을 위협할 수 있는 '외부 세계'의 통제되지 않는 가상화폐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그간 분산화, 익명화를 특징으로 하는 기존 가상화폐 기술을 우려하면서 통제 가능한 중앙집중적 디지털 경제 질서 구축을 추진해 왔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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