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주권 침해’ 논란에 민감 반응… 정보 당국, 문서 유출 경로 조사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뒤 동맹 위기의 범위를 ‘한반도 유사시’에 국한하지 않고 ‘미국 유사시’까지 확대하기 위한 협의를 한미가 시작했다는 사실이 전해지자(본보 10월 29일자 1면) 정부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못한 채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전작권 전환 이후 위기 관리 범위는 내달 잇달아 열리는 양국 군 수뇌부 간 정례 회의 때 다뤄질 수밖에 없는 현안이어서 연내 수면 위 부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전작권 전환 이후에 대비하려 최근 한미가 개정 논의를 착수한 ‘한미 동맹위기관리 각서’와 관련한 모든 질문에 “확인해줄 수 없다”며 “전작권 전환 준비와 관련한 다양한 사안들에 대해 한미가 지속적으로 긴밀히 협의 중이라는 답변으로 갈음하겠다”고 했다. 다만 최 대변인은 “전작권 전환 뒤 미국이 위기라고 판단하는 해외 분쟁 지역에 우리 군을 보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해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임무와 역할을 (한미가) 수행하고 있고 앞으로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날 관련 보도의 확인을 부담스러워하면서 국방부로 책임을 떠넘겼다. 양국 간 이견이 노출돼 동맹 균열로 해석될 법한 상황이 초래되고 전작권 전환 작업에 행여 차질이 빚어질까 봐 진화에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반도 이외의 분쟁 지역으로 한국군을 파병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공개되자 ‘군사 주권 침해’ 논란이 제기되고 있어 정부도 매우 민감해하고 있다. 시기상 방위비(주한미군 주둔비) 분담 협상이 맞물려 있어 인화성이 배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군사안보지원사령부와 국가정보원 등 정보당국은 어떤 경로로 비밀 문서의 내용이 유출됐는지 파악하기 위해 곧바로 보안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군 소식통은 “합동참모본부 당국자들과 이들이 접촉했을 만한 민간 전문가 그룹이 주요 조사 대상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위기 관리 범위 논란이 다시 불거지는 건 시간 문제다. 한미 군 당국이 다음 달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군사위원회의(MCM)와 안보협의회의(SCM)에서 현재 논의 중인 각서 개정 문제를 양국 합참의장과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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