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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부지로 치솟는 美 인슐린 가격에 “차라리 만들어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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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부지로 치솟는 美 인슐린 가격에 “차라리 만들어 쓰겠다”

입력
2019.10.29 17:36
수정
2020.01.22 19:38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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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해커 주도 ‘오픈 인슐린 프로젝트’

2018년 미국의 한 도시에서 26세의 레스토랑 매니저 알렉 스미스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방에선 비어있는 인슐린 주사기가 나왔다. 당뇨 환자였던 스미스에게 인슐린은 생사가 달린 필수 의약품이었지만 월 1,300달러(150만 원)의 비용이 너무 버거웠던 것이다. 급여 지급일을 사흘 앞두고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청년의 사연에 여론은 분노했다.

미국 내 인슐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평생 인슐린을 투여해야 하는 당뇨 환자들의 생명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바이오해커들이 반격에 나섰다고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24일(현지시간) 전했다. 누구나 저렴한 비용으로 간이 연구실을 설치, 직접 의료용 인슐린을 생산할 수 있도록 제조법을 고안해 보급하겠다는 구상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의 ‘오픈 인슐린 프로젝트’는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 위치한 바이오해커 실험실 ‘카운터컬처랩스’에서 2015년부터 진행돼왔다. 바이오해커는 생명공학 지식의 혜택이 일반 대중에게 널리 확대돼야 한다는 신념으로, 기업 연구소나 대학 등 전문기관 밖에서 공익적 연구 활동을 벌이는 사람을 지칭한다. 프로젝트의 공동대표이자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지 못하는 1형 당뇨병 환자인 앤서니 디프랑코는 “현재 미국의 의약품 시장과 가격 정책은 환자들을 착취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60년간 미국의 인슐린 가격은 병당 75센트에서 250달러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의 43배에 달하는 급등이다. 이는 시장을 장악한 대형 제약회사 세 곳이 제품에 약간의 변화를 주는 꼼수로 특허 존속기간을 늘리는 ‘에버그리닝 전략’에 몰두한 결과라고 타임은 설명했다. 캐나다에서는 같은 약이 병당 30달러에 판매돼, 중남미에서 미국으로 월경하는 이민자들처럼 미국의 당뇨환자들 역시 살기 위해 국경을 넘어 원정 구매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인슐린은 의약품 가운데 비교적 구조가 단순해 생산이 어렵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 인슐린 프로젝트팀의 인슐린 분비세포 배양 연구도 마무리 단계에 도달해 매번 균일한 품질의 의약용 인슐린이 생산되는지를 검증하는 작업만 남겨두고 있다. 이들의 최종 목표는 1만 달러(1,165만 원)의 초기 비용으로 1만 명이 투약 가능한 인슐린을 생산하는 것이다. 임상시험에 자원한 디프랑코 공동대표는 “첫 투약일을 고대하고 있다”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다만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두더라도 상용화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제조 과정에서 아주 작은 실수만 벌어져도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타임은 “대형 제약회사에서 생산한 인슐린은 사설 연구실에서 만든 것보다 비싸지만 품질과 안전성을 보장한다”고 지적했다. ‘오픈 소스’의 특성상 다른 나라와 법적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졌다. 이에 프로젝트팀은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일단 완성된 인슐린 효모균을 연구 목적으로만 활용하도록 제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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