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창립 100주년 군위성결교회…. 전통 존중하며 지역사회 구심점 역할
28일 오후 경북 군위군 1937년 지어진 군위성결교회의 구 예배당 앞에서 허병국(왼쪽) 담임목사와 최석호 서울 신학대 교수가 교회의 역사를 돌아보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강지원 기자

인구 2만3,000여명에 불과한 경북 군위군은 숨겨진 종교 성지이다. 일연(1206~1289) 스님이 삼국유사를 쓴 인각사를 비롯한 여러 사찰들과 더불어 김수환(1922~2009) 추기경의 생가가 있다. 조선시대 유교문화를 간직한 군위향교도 군내에 자리하고 있다. 군위읍내 언덕배기 위에 자리한 군위성결교회는 국내 기독교의 대표적인 성지 중 하나다. 교회는 내년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있다.

28일 오후 찾은 군위성결교회는 100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겨져 있었다. 교회 역사는 1920년 한옥 다섯 칸으로 시작됐다. 한옥을 허물고 1937년 지어진 예배당은 교회의 가장 오래된 건물이자 교회의 상징이다.

청색 슬레이트 지붕이 얹힌 흰색 단층 건물 정면에는 높이 3m, 폭 1.8m 크기의 ‘쌍둥이’ 아치형 문 두 개가 있다. 두 문 사이 건물 중앙에 첨두형 아치 목조 창호가 있고, 건물 측면에도 여섯 개의 목조 창호들이 단정하게 배치돼 있다. 고딕 형태의 높고 뾰족한 첨탑이나 번쩍이는 네온사인 십자가를 이고 있는 여느 교회와 다르다. 목조에 흙을 바르고 시멘트로 마감한 단층 교회는 소박하고 정갈하다. 구 예배당을 시작으로 식당(1956년), 교육관(1987년), 본당(2002년) 등이 순차적으로 지어졌다. 최석호 서울신학대 교수는 “조선시대 교회 예배당은 유교문화를 반영해 남녀 출입문을 분리하는 게 특징이었는데 군위성결교회는 이 같은 건축 문화가 원형 그대로 잘 보존돼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두 문의 크기와 모양이 같은 것은 조선의 (남녀유별) 유교문화를 반영하되 남녀평등을 강조한 근대 사상을 심고자 했던 기독교의 의도가 녹아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녀 출입문을 구분했던 교회 건축 특징은 근대에 지어진 서울 정동제일교회(1885ㆍ벧엘예배당)와 광주 양림장로교회(1914ㆍ오웬기념각) 등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군위성결교회 예배당은 근대문화유산으로서의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7년 등록문화재 제291호로 지정됐다.

1937년 군위성결교회 두 번째 예배당 신축 당시 이를 축하하기 위해 지역 주민들이 함께 찍은 기념 사진. 군위성결교회 제공
1920년 창립된 군위성결교회는 현재 1937년 지어진 예배당(맨 오른쪽)을 시작으로 식당(1956년), 교육관(1987년), 본당(2002년) 등이 순차적으로 지어져 총 4개의 건물이 있다. 최석호 교수 제공

예배당은 일제강점기 교회 폐쇄라는 수난을 겪었으면서도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 목숨을 건 독립운동가들 덕분이었다. 일제는 교회에 신사참배와 동방요배, 시국강연 등을 강요했다. 1939년 군위성결교회 9대 담임목사로 부임한 최헌(1906~2001) 목사는 이를 모두 거부했다. 대신 일제를 비판하는 강연을 하고, 일제가 금지했던 애국사상을 담은 노래를 주일학교에서 합창하게 하는 등 독립 사상을 고취했다. 최 목사는 일제에 의해 투옥돼 3년(1941~1944년) 옥고를 치렀다. 일제는 군위성결교회를 폐쇄하고 예배당을 헐값에 넘겼다.

천세광(1904~1964) 목사가 10대 담임목사로 부임해 전국적으로 폐쇄된 교회 중 군위성결교회를 광복 이후 가장 먼저 재건했다. 일제의 신사참배 동원령을 거부해 옥고를 치르며 고문까지 당했던 천 목사는 흩어진 성도들을 모으고, 팔린 예배당을 되찾아왔다. 그의 열정은 지역사회까지 일으켰다. 군위군 치안유지위원장으로 광복 뒤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 최석호 교수는 “두 목사의 항일 운동은 신앙에 상관없이 지역 주민들의 존경과 지지를 이끌기에 충분했다”며 “당시 교회가 종교활동에 그치지 않고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면서 군위성결교회도 오랜 세월 지역사회에 머무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군위성결교회 등록 신자 수는 700여명. 군위읍 인구(8,000여명)를 감안했을 때 신자 수가 매우 많은 편이다. 2009년 400명 돌파 이후 10여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1993년부터 사역해온 허병국(60) 담임목사는 “군위성결교회는 항일 정신과 순직 정신이 배어있는 곳”이라며 “이 같은 역사적 상징이 신앙에 상관없이 지역사회와 주민들의 자부심이 될 수 있고, 정신적 안식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년 창립 100주년을 맞아 교회는 종탑 복원 등 예배당 복원 사업을 추진한다. 군위성결교회는 지역문화 향유 기회 개발을 위해 문화재청이 올해 선정한 ‘생생문화재 사업’ 290곳 중 기독교 문화재 사업으로는 유일하게 선정됐다. 교회는 이를 계기로 향후 기독교 문화재 발굴에도 앞장설 계획이다.

군위=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