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지역 최고 경쟁률 독차지
숲이나 대규모 공원과 인접한 이른바 ‘숲세권ㆍ공세권’ 아파트 선호 현상이 올해 전국 청약시장의핵심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서울, 인천 등 도시 산림 비율이 20~30%대로 낮은 지역에서 두드러졌다. 시장에선 도심 속 녹지의 희소성과 쾌적한 주거 환경에 대한 수요가 맞물리면서 숲세권ㆍ공세권의 가치가 앞으로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역별 최고 경쟁률 단지는 ‘숲세권ㆍ공세권’
29일 산림청 등에 따르면 전국 도시림(도시 지역에 있는 산림) 비율(2018년 말 기준)은 평균 46.6% 수준이다. 하지만 일부 지역의 도시림 비율은 3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서울의 도시림 비율은 24.3%로 전국에서 가장 낮고, 이어 인천 27.2%, 세종 30.0%, 경기 32.6%, 광주 36.4%, 충남 37.3%, 부산 43.0% 등이 평균을 밑돌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이들 지역에선 숲과 인접한 ‘숲세권’, 대규모 공원과 인접한 ‘공세권’ 요소를 갖춘 아파트가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로 올해 이들 지역에서 분양된 신규 단지의 청약 성적을 살펴보면 숲세권ㆍ공세권 요소를 갖춘 신규 단지가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최근까지 청약을 받은 신규 분양 단지 가운데 서울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단지는 동작구 ‘이수푸르지오더프레티움’으로 평균 203.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뒤쪽에 143만여㎡ 규모의 국립서울현충원이 있는 공세권 아파트다. 지난 9월 43.5대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한 ‘서대문푸르지오센트럴파크’도 안산과 인왕산에 인접한 숲세권의 입지를 갖췄다. 올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평균 경쟁률(206.1대 1)을 기록한 인천 ‘송도더샵센트럴파크3차’ 역시 바로 옆에 41만여㎡ 규모의 송도센트럴파크가 위치한 공세권 단지다.
지방도 마찬가지다. 광주에서 올해 최고 평균 경쟁률을 기록한 단지인 ‘염주더샵센트럴파크’(88.3대 1)는 단지 주변으로 중앙공원이 조성되고 있고 풍암호수공원과도 가깝다. 부산에서 두 번째로 높은 청약경쟁률(평균 38.2대 1)를 보인 ‘남천더샵프레스티지’도 황련산과 금련산으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인접한 숲세권 단지이다.
충남 지역에서 올해 청약경쟁률 1, 2위를 각각 차지한 천안시 탕정지웰시티푸르지오2-C1블록과 2-C2블록 모두 단지 남동측으로 약 5만6,200㎡ 규모의 근린공원이 조성될 예정이다. 두 단지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42.8대 1과 35.8대 1이었다.
◇“자연환경이 아파트 가치 좌우”
녹지 프리미엄은 기존 아파트 집값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12월 입주한 서울 서대문구 ‘홍제센트럴아이파크’ 전용 84㎡의 현재 시세는 9억8,000만원(KB국민은행 시세 기준)을 기록하고 있다. 단지 뒤쪽에 안산이 있어 쾌적한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다 보니 분양 당시 가격이었던 5억2,300만~5억9,500만원대보다 4억원 이상 오른 것이다. 고덕산과 인접한 강동구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2017년 3월 입주)도 전용 84㎡의 평균 시세가 2년 전(8억6,000만원)보다 3억원 이상 오른 11억7,000만원에 달한다.
숲세권ㆍ공세권 단지의 인기 상승은 주거 환경에 대한 ‘눈높이’가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세먼지나 아토피 등 만성질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쾌적한 주변환경이 주거지 선택 요인의 우선순위에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1㏊(1만㎡)의 숲은 1년에 약 46㎏에 달하는 미세먼지를 흡수한다. 특히 사람들이 숨을 쉬는 지상 5m 이하의 미세먼지는 공원과 도시숲 같은 녹지로 42%나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숲세권ㆍ공세권 등 녹지 프리미엄이 아파트 가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교통과 학교는 개발에 의해 충분히 공급이 가능한 반면, 자연환경은 인위적으로 조성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주택 수요자들이 서울 도심 속에서도 주거 환경의 쾌적성을 따지기 시작하면서 청약시장에서도 숲, 공원과 같은 환경적 요인이 아파트 가치 결정에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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