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춧값 폭등에도 8년째 같은 가격
사전 가격고시로 소비자 신뢰 쌓아
“배추 한 포기에 1만 1,000원이나 하던 2010년을 기억하시나요? ‘금배추’라던 그 당시에도 우리 괴산 절임배추는 시세의 반에 반도 안 되는 값에 팔았어요. 작황에 상관없이 가격을 미리 정하는 방식으로 소비자와 신뢰를 쌓은 것이 주효한 것 같습니다” 괴산 절임배추의 인기 비결을 묻는 질문에 괴산지역 한 배추 농가는 이같이 답했다.
최근 배춧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충북 괴산 특산물인 절임배추가 사상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29일 괴산군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군청 온라인 쇼핑몰인 ‘괴산장터’와 군내 절임배추 영농조합법인에 절임배추 사전 예약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날 현재 괴산장터 사전 예약은 작년 이맘때보다 15%가량 증가했다. 절임배추를 생산하는 600여 일반 농가에도 예약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농민 이강선씨는 “예년보다 더 이른 시기에 더 많은 주문량이 몰려들고 있다. 본격적인 김장철이되면 정말 정신없을 것 같다”고 했다.
괴산 절임배추가 인기를 끄는 것은 가격을 예년과 같은 수준으로 동결했기 때문이다. 괴산군과 지역 농가들은 올해 절임배추 판매 가격을 지난해와 같은 상자(20㎏)당 3만원으로 책정했다. 최근 배춧값이 폭등하고 있지만, 소비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가격 동결을 택했다.
전국의 주요 배추산지가 연달아 태풍 피해를 보면서 배춧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상황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8일 기준 배추 1포기 소매가는 5,710원으로 1년 전(3,492원)보다 63.5%, 평년(5년 평균ㆍ2,865원)보다는 99.3%나 올랐다.
배추 10㎏ 도매가격은 28일 기준 1만 2,200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56.4%, 평년에 비해서는 무려 109.0%나 급등했다.
하지만 괴산 절임배추는 작황에 상관없이 언제나 일정한 가격(상자당 2만 5,000원~3만원)을 받는다. 농가들은 김장용 배추를 수확하기 한달 전인 9월말쯤 절임배추 공급 가격을 미리 정한다. 그리고 한 번 결정한 가격은 모든 농가가 철저히 지킨다. 과열 경쟁과 품질 저하를 막기 위해 일종의 가격고시제를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안정된 가격을 바탕으로 괴산 절임배추는 올해 약 100만 상자를 판매해 3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엔 610개 농가가 97만 상자를 판매해 291억원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괴산군은 본격적인 김장철인 내달 8~10일 군청 앞 광장과 동진천에서 첫 김장축제를 연다. 참가비 12만원(4인 가족 기준)을 내면 절임배추 20㎏과 양념 7㎏을 받아 현장에서 30분 만에 김장을 담가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 김장축제 사이트에는 벌써 300여 가족이 참여를 신청했다.
최한균 괴산군 유통가공팀장은 “준고랭지에서 자라는 맛 좋은 배추를 안정된 가격으로 공급하면서 소비자의 신뢰를 쌓은 것이 괴산 절임배추가 롱런하고 있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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