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이유로 출마 자격 박탈된 유일한 후보… 보복 논란
홍콩 민주화 시위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조슈아 웡(黃之鋒ㆍ22)이 내달 24일 홍콩 구의원 선거 입후보 자격을 끝내 얻지 못했다. 452명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에서 정치적 이유로 출마가 금지된 유일한 후보다. 더구나 그의 출마를 차단하는 과정이 석연치 않아 보복 논란이 적지 않다. 범민주 진영의 승리가 점쳐지는 상황에서 홍콩 정부가 화근을 제거하려다 오히려 표심을 자극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홍콩 현지 언론은 29일 “조슈아 웡이 홍콩 독립에 대한 정치적 입장을 바꾸지 않아 선거관리위원회가 11월 구의원 선거 출마 자격을 박탈했다”고 전했다. 선관위는 그가 중국 본토에 대한 홍콩의 ‘자결’을 지지하는 만큼, 홍콩 헌법인 ‘기본법’에 어긋나고 홍콩 정부에 대한 충성 의사가 없다는 점이 명백해 출마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홍콩에서는 입법회(우리의 국회)나 구의회 선거에 출마하려면 먼저 선관위의 자격 심사를 받아야 한다. 홍콩 기본법은 ‘일국양제(一國兩制ㆍ한 국가 두 체제)’를 규정하고 있어, 홍콩 독립을 주장하면 법에 어긋나는 것으로 판단해 출마를 금지한다.
앞서 조슈아 웡이 사우스 호라이즌 웨스트구 출마를 선언하자 선관위는 그가 속한 데모시스토당의 강령을 문제 삼았다. ‘자결’이라는 표현과 ‘홍콩 독립을 포함한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는 구절이 일국양제 원칙과 상충된다는 것이다.
이에 조슈아 웡은 “홍콩 독립을 지지하지 않고, 국민투표는 구속력이 없다”고 줄곧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반면 그처럼 홍콩 독립을 지지했던 다른 민주진영 후보들은 ‘정치적 소신을 바꾸겠는가’라는 선관위의 질문에 ‘네’라고 답한 것만으로도 후보 자격을 얻었다고 SCMP는 전했다.
홍콩 구의원 452명 가운데 범민주진영은 현재 120여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시위 열기가 확산되면서 4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과반 의석 확보가 무난할 전망이다. 구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진영은 정부수반인 행정장관을 선출할 때 선거인단 1,200명 중 구의회 몫인 117명을 싹쓸이할 수 있다. 또 입법의원 69명 가운데 24명이 구의원을 겸한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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