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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계산원 없는 매장…중국 선전의 화웨이 플래그십스토어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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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계산원 없는 매장…중국 선전의 화웨이 플래그십스토어를 가다

입력
2019.10.30 04:4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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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실리콘밸리인 선전(深圳)시 난산구의 번화가 완상텐디(萬象天地). 이 곳은 서울의 명동이나 강남처럼 세계적인 유명 브랜드 상점들이 즐비해 젊은이들과 부유층들이 즐겨 찾는다.

이 곳 중심부에 ‘중국의 자존심’으로 통하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화웨이가 지난달 28일 최초로 상징적 매장인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화웨이 본사가 있는 선전에 문을 연 이 매장은 애플스토어처럼 화웨이의 스마트폰과 ICT 기기, 5세대(G) 이동통신 기술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한국일보가 한국 언론 중 처음으로 화웨이의 자부심을 보여주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지난 24일 방문했다.

화웨이가 중국 선전의 완상텐디에 마련한 플래그십 스토어 전경. 화웨이 제공
화웨이가 중국 선전의 완상텐디에 마련한 플래그십 스토어 전경. 화웨이 제공

화웨이가 2년간 준비해 땅을 구입한 뒤 3층 규모로 세운 독립 건물인 화웨이 플래그십 스토어는 외관이 스마트폰을 연상케 한다. 3면을 통유리로 둘러싸 내부가 보이는 건물은 특이하게 모서리를 스마트폰처럼 둥글게 처리했다. 독특한 건물 디자인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났다’(天圓地方)는 동양 철학의 우주론과 서양의 현대 건축을 결합한 것이다.

매장에 들어서자 ‘어드바이저’로 호칭하는 직원들이 다가와 안내를 했다. 총 132명의 어드바이저는 화웨이가 직접 고용한 정직원들이다. 이들은 연중무휴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되는 매장에서 교대로 일을 하며 방문객들을 응대한다. 출입구 위쪽에 영상 감지기가 설치돼 들고 나는 인원을 성별 등 특성에 맞춰 확인한다. 어드바이저 도미씨는 “하루 평균 7,000명이 방문한다”고 말했다.

어드바이저들이 이 곳 매장에서 최고 인기 제품으로 소개한 것은 뜻밖에도 국내 스타트업 젠틀몬스터가 개발한 스마트안경이다. 젠틀몬스터의 스마트안경은 인기를 반영하듯 출입구 바로 앞에 전시돼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일반 색안경처럼 생긴 스마트안경을 써보니 안경다리에서 화웨이 스마트폰에 저장된 음악이 흘러 나왔다. 또 음성인식을 이용해 스마트폰을 작동하지 않아도 통화를 할 수 있다. 충전도 안경집에 넣어 놓으면 근거리무선통신(NFC)을 이용해 자동으로 된다. 현지 판매 가격은 2,499위안(약 41만원). 도미씨는 “아주 인기가 많아서 매장에 갖다 놓는 대로 바로 팔린다”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애플 아이폰도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중국 선전에 위치한 화웨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국의 스타트업 젠틀몬스터가 만든 스마트글라스. 최연진기자
중국 선전에 위치한 화웨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국의 스타트업 젠틀몬스터가 만든 스마트글라스. 최연진기자

1층은 ‘메이트30’ 등 화웨이의 전략 스마트폰이 주로 놓여 있다. 그러나 화웨이가 최근 발표한 접는 휴대폰 ‘메이트X’는 보이지 않았다. 화웨이 관계자는 “다음달 중순부터 메이트X를 중국에서 판매 예정인데 아직 일반에 공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층은 화웨이의 인공지능 스피커 등 주변기기와 휴대폰 케이스 등의 액세서리, 화웨이 TV, DJI의 로봇인 ‘로봇마스터’ 등을 판매하며 3층은 화웨이의 5G 기술을 이용해 실시간 스트리밍 게임 등을 해볼 수 있는 체험공간으로 구성됐다.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은 강의실처럼 구성해 유튜브 제작자들의 강의 등을 열기도 한다. 도미씨는 “물 흐르듯 곡선으로 설계된 내부와 외부 계단은 여성들을 겨냥해 와인병 디자인을 적용했다”며 “세계적 디자인 회사 사구에즈&파트너스(saquez&partners)에서 디자인했다”고 알려줬다.

화웨이 플래그십 스토어 1층 외부에 설치된 스마트폰 무인자판기. 최연진기자
화웨이 플래그십 스토어 1층 외부에 설치된 스마트폰 무인자판기. 최연진기자

이 곳 매장에서 특이한 것은 두 가지다. 우선 1층 건물 외부에 설치된 무인 휴대폰 자판기가 눈길을 끌었다. 자판기에 부착된 화면을 통해 구입하려는 스마트폰이나 휴대폰 케이스 등을 고른 뒤 스마트폰의 전자결제시스템인 ‘알리페이’나 ‘위챗페이’, ‘화웨이페이’로 지불하면 된다. 고가폰은 판매하지 않고 ‘노바5i’ 등 보급형 스마트폰을 판매한다. 도미씨는 “24시간 작동하기 때문에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현금이 없어도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한 가지는 이 곳에는 계산대가 없다. 모든 제품은 진열대 앞에서 바로 ‘화웨이페이’나 ‘알리페이’로 결제하면 어드바이저들이 창고에서 새 제품을 가져다 준다. 영수증은 진열대 밑에 부착된 소형 기기에서 결제하자마자 바로 출력된다.

화웨이는 내년까지 중국에서 플래그십 스토어를 3개로 늘릴 방침이다. 화웨이의 조 켈리 대외협력 총괄 부사장은 “중국 이외 지역에도 플래그십 스토어를 만들 예정”이라며 “우선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전=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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