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물결부터 단풍 계곡… 가족은 체험 많은 한지박물관으로
괴산 문광저수지 주변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었다. 1979년 양곡리 주민 김환인씨가 기증한 300그루의 은행나무를 정성껏 가꾼 결과물이다. 괴산=최흥수 기자

괴산 문광저수지의 은행나무 300여그루가 노랗게 물들었다. 1979년 마을 진입로 400m에 심은 은행나무가 괴산의 가을을 대표하는 풍경이 됐다. 찬 서리 맞으면 곧 후두둑 떨어져 내릴 터이니 이번 주가 절정이다. 진입로가 저수지 상부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일교차가 큰 이맘때면 새벽 물안개와 노란 은행잎이 어우러져 몽환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낮에는 잔잔한 호수까지 노랗게 물들고, 경관 조명을 설치해 올해에는 야간에도 은행나무 길의 운치를 즐길 수 있다. 문광저수지는 평시에 낚시터로 이용된다. 5개의 수상 좌대에 전기와 화장실 시설을 갖추고 있다. 붕어ㆍ메기ㆍ잉어ㆍ가물치 등이 잡힌다.

마을 진입로 초입에 기념사진을 찍을 대형 액자를 세워놓았다.
낚시터로 이어지는 수상 산책로에서는 수면에 반영된 모습을 찍을 수 있다.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이 잘 꾸며진 가을이라면, 쌍곡계곡은 자연 그대로의 가을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군자산과 칠보산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있지만, 칠성면에서 청천면으로 넘어가는 517번 도로만 달려도 멋진 가을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소금강휴게소에 차를 대면 단풍과 어우러진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쌍곡구곡의 제2경으로 곧 떨어져 내릴 것 같은 바위틈에 꼿꼿이 버티고 선 소나무가 한 폭의 그림이다. 상류 쌍곡휴게소에 내리면 바로 계곡 산책로와 연결된다. 이곳에서 약 10분만 걸으면 쌍곡폭포의 청아한 물소리가 계곡을 가득 메운다. 쌍곡계곡은 지역에서 이름난 피서지로 한여름에는 차량으로 붐비지만, 가을엔 비교적 한산하게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등산을 싫어하는 이들의 단풍놀이 코스로 그만이다.

군자산과 칠보산 사이 도로는 자체가 단풍 드라이브 코스다. 소금강휴게소 바로 앞에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단풍 산이 펼쳐진다.
쌍곡구곡 제2곡인 소금강 풍경.
칠보산 자락의 각연사는 널리 알려지지 않아 호젓하게 가을 정취를 즐기기 좋다.
각연사의 석조비로자나불좌상. 보물 제433호로 지정돼 있다.

쌍곡계곡에서 멀지 않은 각연사 가는 길도 가을이 예쁘다. 각연사는 신라 법흥왕 때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고찰이지만 널리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괴산~연풍 34번 국도에서 사찰로 연결되는 도로에는 민가 몇 채가 전부고, 이따금씩 칠보산 등산객이 오갈 뿐 고즈넉하기 그지 없다. 절간도 한적하기는 마찬가지다. 비로전 안에 모신 석조비로자나불좌상이 보물 제433호로 지정돼 있다.

칠성면과 이웃한 연풍면의 ‘원풍리 마애이불병좌상’ 역시 보물로 지정돼 있다. 커다란 바위 하나에 두 개의 불상이 나란히 새겨진 이불병좌상(二佛幷坐像)은 국내에 흔치 않다. 죽령마애불과 청송 대전사 터에서 발견된 통일신라시대의 청동이불병좌상을 비롯해 7점 정도가 확인될 뿐이다. 높이 12m에 달하는 바위를 우묵하게 파 감실을 만들고 비바람을 막을 수 있도록 했지만, 안타깝게도 얼굴과 몸체 윤곽이 많이 훼손된 상태다. 불상 주변에 일부 총탄 자국도 보이는데 한국전쟁 당시 수난을 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풍면 원풍리의 마애이불병좌상. 불상 두 개가 커다란 바위에 나란히 조각돼 있다.
보존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이 흠이다. 보물 제97호로 지정돼 있다.
연풍면 조령 인근의 수옥폭포. 색이 고운 가을이면 전국에서 사진가들이 몰린다.

마애이불병좌상 인근 수옥폭포는 여름에 더위를 식히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폭포 주변 널찍한 바위와 넉넉한 그늘이 운치를 더해 사극의 단골 무대로 등장하는 곳이기도 하다. 주변 나뭇잎이 노랗게 물드는 이맘때면 전국에서 사진사들이 몰린다. 두 곳 모두 충주에서 문경으로 이어지는 3번 국도변에 위치해 힘들게 산길을 걷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연풍면의 한지체험박물관.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가 강소형 잠재 관광지로 지정해 한지를 이용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마애이불병좌상 바로 아래 한지체험박물관은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가 강소형 잠재 관광지로 지정한 곳으로 가족 여행객이 좋아할 장소다. 연풍은 예부터 닥나무가 많았던 고장이다. 박물관에서는 한지의 기원과 역사뿐만 아니라 닥나무 껍질을 잿물에 삶고 두드려 전통 한지를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다. 한지 뜨기 체험, 한지 소원등 만들기, 한지 염색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충청북도 무형문화재 제17호 안치용 한지장이 만든 생활용품도 전시하고 있다.

괴산=글ㆍ사진 최흥수 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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