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중 한강만 유일하게 하구둑이 없다. 남북을 잇고 있는 한강은 하구가 막혀 있지 않아 서울을 벗어나 조금만 하류 쪽으로 내려가면 다른 강에서는 볼 수 없는 이국적인 풍광의 아름다운 습지를 접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한강이 온전히 열려 있는 것은 아니다. 한강에는 서울을 섬처럼 고립시키는 여러 시설들이 있다. 한강 상류와 하류는 수도권에 물을 공급하고, 수위를 유지하기 위한 시설들로 갇혀 있다.
32개의 대교가 있는 한강을 따라 내려가다 김포대교 아래에 이르면 물속에 잠겨있는 작은 보가 나온다. 높이 2.4미터에 불과한 신곡수중보는 서울과 한강 하류를 구분하는 중요한 시설이다. 신곡보는 한강 수위를 일정하게 유지시키고, 염도가 높은 바닷물이 상류까지 올라오는 것을 막아 준다. 서울시 한강 구간의 수상시설물은 신곡보가 유지하고 있는 수위를 기준으로 설계돼 있다. 신곡보가 없어진다면 한강의 흐름은 복원이 되지만, 강의 수위는 지금보다 최대 1.5미터 정도까지 낮아질 수 있다.
언제부턴가 강을 덮어 건물을 짓고, 하천변을 주차장으로 이용하는 것보다 하천의 자연을 회복하는 것을 사람들이 훨씬 좋아하게 됐다. 양재천과 탄천의 복원은 도심의 풍경을 바꾸어 놓았고, 살아난 태화강은 울산의 격을 높였다. 청계천을 덮었던 도로와 건물을 걷어낸 서울시장은 대통령이 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거의 모든 정치인들이 선거 때 하천 복원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한강에서는 신곡수중보가 관심의 대상이 돼 왔다. 오래 전부터 환경단체들은 신곡수중보를 철거하고 한강의 흐름을 회복시켜 갇힌 서울을 열자고 주장해왔다. 8년 전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강의 자연성 회복은 공약이 됐고, 박원순 시장은 임기가 시작되자 신곡보 철거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연구용역도 추진했다. 조만간 한강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할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로부터 8년이 지났지만 신곡수중보와 관련해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가 신곡보 문제에 대해 워낙 신중하게 접근한 탓일까?
하천의 복원은 하천을 개발할 때와 달리 시간에 쫓겨 급하게 갈 수가 없다. 두가지 이유 때문이다. 먼저 하천 개발은 인간들이 주도하지만, 복원은 인간이 아니라 자연이 스스로 본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인간들의 역할은 가능한 개입을 줄이고 강이 스스로 회복해갈 조건만 만들어주는 것이다. 흐름을 막는 장애물을 없애면 강은 스스로 제 모습을 찾아간다. 그래서 하천 복원은 시간이 필요하다.
하천 복원이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인간들의 이해관계 때문이다. 하천이 개발되면, 당연히 그로 인해 이익을 얻은 사람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하천 복원 과정은 그동안 하천의 개발로 편익을 취해왔던 인간들의 이해와 양보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사람들은 하천을 개발할 때 자연의 동의를 얻지 않지만, 하천을 복원하려면 이해관계가 있는 인간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하천 복원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인간의 양보를 얻어내는 일이다. 사회 전체의 편익이 크더라도 부분적으로는 이익을 포기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하천 복원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이해관계를 가진 인간들이 얼마나 양보할 수 있느냐는 데 달려 있다. 결국 사회적 합의의 정도에 따라 정해진다.
신곡보에서도 4대강 보에서도 중요한 것은 개방이냐 철거냐 하는 논쟁의 답을 내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까지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신곡보 문제가 진척이 없었던 것은 자연에 기회를 주거나 사회적 합의를 위한 시간이 필요해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4대강 자연성 회복의 중요한 가이드라인이 될 한강 하류의 복원과 신곡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동진 국토환경연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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