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동맹운동회의 연설서 ‘대북 적대 정책 철회해야 비핵화 논의’ 北입장 재확인
북한 권력 ‘2인자’로 평가되는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해야 본격 비핵화 논의에 나설 수 있다는 북한의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체제 안전 보장 등 비핵화의 반대급부가 일단 제시돼야 협상이 재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29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최 위원장은 25~26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18차 비동맹운동(NAM) 회의 연설에서 “지금 조선반도 정세가 긴장 완화 기류를 타고 공고한 평화로 이어지는가 아니면 일촉즉발의 위기로 되돌아가는가 하는 중대한 기로에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우리의 제도 안전을 불안하게 하고 발전을 방해하는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 없이 되돌릴 수 없게 철회하기 위한 실제적인 조치를 취할 때에야 미국과 비핵화 논의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최 위원장의 발언은 북한이 5일(현지시간)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 결렬 이후 줄곧 주장해온 ‘선(先) 신뢰 구축, 후(後) 비핵화 논의’ 방침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비핵화 협상의 선결 조건으로 한미 연합군사연습 중단과 미군의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금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발전을 방해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은 제재를 가리키는 것으로 짐작된다. 미국이 막연한 약속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으로 적대시 정책 철회 의사를 보일 경우 그때부터 본격적인 비핵화 논의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북한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을 두 달 여 앞두고 권력 핵심부 인사를 총동원해 미국의 태도 변화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백두산 등정(16일)→금강산 관광시설 철거 지시(23일)→김계관 외무성 고문 담화(24일)→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담화(27일)에 이어, 권력서열 2위인 최 위원장까지 등장한 것이다. 이를 두고 연말 시한에도 미국이 꿈쩍하지 않자 김 위원장이 초조함을 느끼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이날 북한은 우리 정부의 금강산 실무회담 제안에 대해 하루 만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 기존의 문서교환 방식의 협의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북한은 이날 오전 금강산국제관광국 명의로 통일부와 현대아산 앞으로 ‘금강산 남측시설 철거 및 일정과 관련해 별도의 실무회담을 가질 필요 없이 문서교환 방식으로 합의하자’는 내용의 통지문을 발송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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