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 해결과 관련해 합의안 검토에 들어갔다고 일본 교도(共同)통신이 28일 보도했다. 복수의 한일관계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 정부와 기업이 경제협력 명목의 기금을 창설하고 일본 기업이 이에 참여하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너무 앞서 나간 얘기로, 거론되지도 않았다”고 일축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경제협력에 관한 기금 창설 방안은 한일 양측 간 협의에서 다뤄져 왔다. 다만 강제동원 피해에 대한 배상 목적이 아닌 양국의 경제 발전을 목적으로 기금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이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배상 문제는 “완전하고도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기존 주장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의 주장과 모순되지 않는 형태로 기금을 만들되, 한국 정부와 기업, 일본 기업이 재원 마련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양국 입장을 절충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기금과 관련해 자금 출연에 나서지 않는다.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은 지난 24일 TV도쿄(東京)의 한 프로그램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양국이) 지혜를 내자’고 말하고 있다”며 “배상금이 아닌 미래의 한일관계를 만드는 자금을 내는 방식에 대해서 협의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번 안은 일본 측 관계자가 기초했다. 일본 정부의 고위당국자는 “문제 해결의 책임은 한국에 있지만, 이쪽(일본)도 지혜를 모을 수 있다”며 “한일 양쪽에서 출구를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 6월 한국과 일본의 기업이 배상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 ‘1+1’안을 제시했으나 일본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한국 정부 측은 지난 24일 이낙연 국무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간 회담 이후 강제동원 배상문제 해결을 위해 ‘1+1+알파(α)’ 방안도 검토 중인 사실을 밝힌 바 있다. 교도통신이 보도한 방안은 일본 정부나 기업에 대한 배상 책임이나 사과 등의 도의적 책임을 앞세우지 않는다는 점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이해를 구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외교부 관계자는 교도통신의 보도에 대해 “여러 안을 두고 논의 중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려졌지만 구체적으로 이 같은 방안으로 합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도쿄의 외교소식통도 “기금 창설과 관련한 여러 방안이 있는 것으로 알지만 양측이 교감에 이를 정도의 방안은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부인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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