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야채호빵을 좋아합니다. 너무 맛있어요.”
케이블 채널 tvN의 나영석 PD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야채호빵을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옆에 있던 은지원과 이수근도 호빵을 하나씩 꺼내 듭니다. 은지원은 한 마디 덧붙입니다. “저는 파리바게뜨 빵도 좋아해요.” ‘삼립호빵’과 ‘파리바게뜨’는 모두 SPC그룹의 브랜드 입니다. TV에서라면 이 같은 발언이 가능했을까요? 물론 아닙니다.
이는 지난 11일 나 PD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십오야’를 통해 내보낸 라이브 방송의 한 장면 입니다. 호빵 찜기를 통째로 가져다 놓는 등 ‘간접광고(PPL)’가 노골적으로 노출됐습니다. 이 장면이 담긴 영상은 50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올렸죠.
나 PD는 지난달 20일부터 5분짜리 예능 프로그램으로 편성된 tvN ‘신서유기 외전: 삼시세끼-아이슬란드 간 세끼’를 방영하고 있는데요. 방송 분량이 5분에 불과해 풀 버전은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때 협찬사인 ‘삼립호빵’과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 숙박업체 가격비교사이트 ‘호텔스컴바인’의 PPL을 아낌없이 내보냅니다.
은지원과 이수근이 삼립호빵 글자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아이슬란드의 레이캬비크 거리를 활보하고, 머그컵에 물을 담아 호빵을 전자레인지에 쪄 먹는 장면도 나옵니다. 나PD는 방송이 끝날 때 나오는 협찬사 로고 위에 ‘몸이 허할 때, 영양가 좋은’이라는 자막까지 친절하게 붙여줍니다.
‘신서유기’와 삼립호빵의 인연은 2016년 방영된 tvN ‘신서유기2’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CM송 듣고 제품 맞히기’ 게임 중 은지원이 삼립호빵의 ‘찬바람이 싸늘하게~’로 시작하는 CM송을 듣고도 오답을 쏟아내 웃음을 줬는데요. 이때 이 방송을 SPC삼립 측이 봤고, 이후 제작진과 PPL 논의를 했답니다.
나 PD는 새로운 광고시장도 개척했습니다. SPC삼립은 나 PD의 5분짜리 예능 프로그램과 함께 유튜브 영상에서 노출될 PPL까지 한꺼번에 계약을 맺는 것이죠. 방송업계에서 이런 식의 계약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SPC삼립 측은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지난 22일 한정판으로 내놓은 ‘삼립호빵 미니 가습기’가 판매한 지 1시간 만에 품절됐습니다. 회사 측은 젊은 고객층을 겨냥한 마케팅이 성공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29일엔 은지원과 이수근을 모델로 한 삼립호빵이 새롭게 출시됩니다. 가습기도 추가물량을 온라인몰 ‘G9’에서 판매하기로 했습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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