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사건에 베트남 침통… ”경종 울리는 계기 돼야” 자성론도
영국에서 39명이 숨진 채 발견된 ‘냉동 컨테이너 집단 사망사건’ 피해자 대다수가 당초 중국인들로 알려졌던 것과 달리 베트남 출신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베트남 사회는 침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불법인줄 알면서도 이주의 길을 택하고 있는 베트남 국민에게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28일 VN익스프레스 등 베트남 현지 매체에 따르면 중북부 하띤성에서 휴일이던 27일 하루 동안 10건의 추가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매체는 “14가구가 당국에 가족 실종신고를 한 가운데 추가로 이뤄진 것”이라며 “27일 현재 실종 신고는 모두 24건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이날 현재까지 영국 당국은 베트남 정부에 4건에 대해서만 신원 확인 요청을 했다.
하띤성과 면하고 있는 응에안성에서도 사망자 중 30명 이상이 응에안성 출신이라는 이야기가 돌면서 사망자 대부분이 베트남인일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된다. 호찌민에 거주하는 땀화이씨는 “중국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고, 서로 말도 통하지 않는 사람들인 만큼, 중국인과 베트남 사람이 컨테이너 안에 섞여 있었을 가능성은 낮게 본다”라며 “이 때문에 사망자 절대 다수가 베트남인 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심상치 않게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대량의 실종 신고가 접수된 지역은 베트남에서도 가장 가난한 지역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컨테이너에 몸을 실어 불법이주의 길을 택하는 젊은이들이 많은 곳이란 얘기다.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응우옌안(35)씨는 “응에안성은 호찌민 전 주석의 고향으로 유명하지만 농사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시피 해 하띤성과 함께 베트남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실제 현지 매체들은 컨테이너 사망자들 중 상당수가 영국에 정착한 지인들이 있으며 가난한 가족에게 송금하기 위해 여정에 올랐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영국에 자리 잡기 위해 브로커에게 준 돈이 우리 돈으로 수천만원에 이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 돈을 마련하려 낸 빚 때문에 남은 가족이 더 곤궁한 상황에 빠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할 것으로 보인다.
또안 푸엉탄씨는 “많은 이들이 여전히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불법이주를 감행한다”며 “비슷한 일이 다시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건은 널리 공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응우옌탄씨는 “베트남으로 돌아와 크게 지은 집과 마당에 주차된 자동차만 보고, 그 뒤의 진실은 사람들이 보지 않으려 한다”라며 “슬프지만 이번 사건은 경종의 교훈을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베트남 당국은 인력 불법 송출에 관련된 브로커 조직 분쇄에 나섰다. 응우옌쑤언푹 총리는 이번 사건에 알선조직이 연루되었는지 여부를 조사한 뒤 내달 5일까지 별도 보고하라고 공안에 지시를 내려놨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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