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회복세를 보이던 서울 아파트 거래가 두 달째 급속히 잦아들고 있다. 주택 보유자들이 분양가상한제 확대 시행과 정부 지방자치단체의 주택시장 합동조사라는 격랑을 피해 대거 관망 모드에 들어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공급자 우위의 시장 상황이 지속되면서 아파트값은 거래 부진에도 불구하고 4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달을 기점으로 상승세가 꺾인 양상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계약일 기준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3,944건을 기록했다. 하루 거래량은 평균 131건으로 전달(6,563건ㆍ일 평균 211건)의 62%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7,201건ㆍ일평균 240건)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친다.
‘거래 절벽’은 이달 더욱 가팔라지는 양상이다. 이날 기준 10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1,241건(일 평균 44건)으로, 하루 거래량 기준으로 지난달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완연한 집값 상승 분위기 속에 호조를 보였던 지난 7월(8,815건ㆍ일평균 284건)과 비교하면 80% 넘게 급감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지난 8월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발표 이후 공급 감소 전망에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뒀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의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가을 이사철치고 거래량이 줄어든 건 맞지만 집을 사려는 사람이 없어 감소한 게 아니라 급할 것 없는 집주인들이 내놨던 매물을 거둬들인 측면이 크다”며 “호가가 1억~2억원씩 급등하는 단지도 속출하면서 매수자와 매도자 간 희망가격 차이가 벌어진 탓에 부담을 느낀 매수자들이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거래 위축 움직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이달 1일 서울 주택 거래를 자세히 들여다보겠다고 엄포를 놓은 데 이어 이달 중순부터 강남과 마포ㆍ용산 등을 중심으로 합동조사에 나서면서 부동산 시장이 더욱 움츠러들었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연말까지 정부가 불법행위 단속에 나서는 등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해 내년 초까지는 주택거래가 소강상태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위축된 거래량과 달리 서울 집값은 꾸준한 상승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분양가상한제가 초읽기에 들어간 이달 셋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8% 상승하며 17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서울 지역 공급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상황이 개선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오랜 저금리 기조에 더해 내년 45조원에 달하는 3기 신도시 토지보상금도 예고돼 있어, 유동자금이 대거 부동산 시장으로 몰릴 경우 서울 집값을 과열시키는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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