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공격에 조직의 창시자이자 지도자였던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를 잃은 이슬람국가(IS)는 조만간 붕괴 수순을 맞이하게 될까. 그의 사망 이튿날인 2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위해 좋은 날”이라고 선언했지만, 낙관은 아직 이르다. IS가 알바그다디의 죽음에 대비, 지난 8월 그의 후계자를 지목해 두는 등 이미 ‘플랜B’를 꼼꼼히 세워 뒀기 때문이다.
이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IS의 새로운 수괴는 과거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에서 장교로 복무했던 ‘압둘라 카르다시’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모술 태생인 그는 이슬람학 연구 경력 탓에 ‘교수’라는 별명을 얻었고, IS 내에서 잔혹하고 권위 있는 지도자로 성장하며 ‘파괴자’로 불리기도 했다. 알바그다디와는 2003년 알카에다 연루 혐의로 바스라 지역의 미군 수용소에 구금됐을 때 인연을 맺었다. 당시는 알바그다디가 ‘칼리프 제국’이라는 자신의 비전을 구체화하며 동맹 세력을 규합해 나가던 시기다.
현재로선 ‘카르다시의 IS’가 어떤 모습일지 점치기 어렵다. 그러나 어쨌든 IS의 생명력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제임스 클래퍼 전 미 국가정보국장은 “미군이 알바그다디를 잡은 건 대단하지만, 그의 상징성이 워낙 크기 때문일 뿐”이라며 “IS는 (과거보다) 훨씬 더 분권화됐다는 점에서, 조직이 큰 타격을 입진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알바그다디는 건강이 좋지 않아 올해 3월부터 일상적인 IS 운영에서 손을 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텔레그래프는 “미국이 제거한 건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사람”이라며 “IS가 ‘알바그다디 없는 미래’에 직면했다는 게 ‘안전한 시대의 개막’을 예고하는 건 아니다”라고 전했다. 시리아 등에서 IS의 잔당 세력, 이른바 ‘슬리퍼 셀(Sleeper Cell)’이 암약하며 지금도 테러 공격에 나서고 있는 현실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