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대우조선해양 A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가 작업 도중 10톤 블록에 깔려 숨진 사망 사고 당시, 원청업체의 작업 지시가 작업계획서 없이 단체 메신저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관리 책임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위험의 외주화’가 산재사고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반복되고 있다.
28일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마산창원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이하 산추련)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의 한 작업장에서 사고로 사망한 크레인 신호수 지모(34)씨 사고는 600톤 골리앗 크레인으로 블록을 이송차량에 안착시킨 후 크레인을 철수하는 과정에서 기본적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아 발생했다.
사망 사고 이면에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자리잡고 있었다. 사고 블록은 대우조선해양의 사외하청 업체인 A업체가 제작하고, 건화가 도장 부분을 담당했다. 지씨는 건화의 하청업체 9곳 중 1곳인 B업체에 소속돼 크레인 상하차 작업을 맡았다. 상하차 작업시 블록이 넘어지지 않게 용접을 하는 등의 전도방지 조치는 B업체가 하도급을 준 C업체가 맡았다.
문제는 복잡한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안전관리’ 책임을 소홀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지씨가 작업한 블록은 본래 9월16일에 작업할 예정이었는데 열흘 가량 미뤄졌고, 사고 전날 건화 관계자가 SNS 메신저 카카오톡 단체방을 통해 B업체에 작업지시를 했다. 그러나 B업체 생산담당자는 해당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고 블록 상하차 작업을 위한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관한규칙(제38조1항)에서 크레인과 같은 중량물 취급작업을 할 땐 작업계획서 문서를 작성해 노동자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들을 해야 하는데, 이런 절차를 따르지 않은 셈이다.
노동계는 조선소 원하청 내 카톡 작업지시 관행과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김춘택 금속노조 경남지부 조선하청조직사업부장은 “같은 회사에서는 메신저를 통합 업무지시가 가능하겠지만 원ㆍ하청 관계가 복잡한 조선소에서 ‘카톡’ 작업 지시는 일방적인 통보에 가까워 정상적인 소통 수단으로 볼 수 없다”며 “카톡 업무지시가 관행적으로 이뤄졌는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