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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저물가, 수요 위축 탓” 정부와 다른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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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저물가, 수요 위축 탓” 정부와 다른 목소리

입력
2019.10.28 16:55
수정
2019.10.28 19:2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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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가 세계적 추세” 정부 주장에 “한국만 저물가” 분석

“한은 금융안정 목표 버리고 물가안정에 집중해야” 제안도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국내 저물가의 주요인으로 수요 부진을 꼽았다. 농산물, 석유류 등 일부 품목의 공급가격 하락 탓에 물가가 낮다는 정부 입장과는 결이 다른 해석이다. KDI는 한국은행을 향해서도 물가 안정에 주력해야 한다며 사실상 기준금리 인하를 주문했다.

KDI는 28일 ‘최근 물가상승률 하락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올해 물가상승률 하락은 복지 정책이나 특정 품목에 의해 주도됐다기보다는 다수의 품목에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밝혔다. 앞서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4% 하락, 196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공표치 기준으로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올 들어 8월까지 내내 0%대를 기록하던 물가가 결국 마이너스로 주저앉은 것이다.

이러한 저물가 흐름에 대해 정부는 이달 초 “지난해 폭염으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폭등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 유가 하락, 무상복지 확대 등 공급 측 요인 때문”이라며 “물가가 장기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KDI는 저물가의 수요 측 요인을 강조하며 정부와 배치되는 설명을 내놨다. 보고서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1~9월 물가상승률(0.4%)을 떨어뜨린 요인 가운데 정부가 강조하는 식료품ㆍ에너지의 물가상승률 기여도는 -0.2%포인트로, 날씨나 유가의 영향을 받지 않는 상품(-0.3%포인트)과 서비스(-0.4%포인트)보다 물가 저하에 미치는 영향이 되레 적었다.

더구나 올해 물가상승률이 지난해에 비해 낮아진 품목은 전체의 63.7%에 달했다. 저물가를 공급 요인으로만 설명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정규철 연구위원은 “물가상승률을 공급 충격이 주도하는 경우에는 경제성장률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수요 충격이 주도하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후자 쪽이 물가와 성장률이 동반하락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 더 부합한다는 얘기다.

KDI는 “저물가가 세계적인 추세”라는 정부 주장과도 상반된 분석을 내놨다. 보고서는 “실제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미국, 영국 등 주요국에서 물가가 하락 추세였으나, 경기 회복과 함께 물가상승률 추세도 반등하며 각국의 물가안정목표 수준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다만 KDI는 “공급 측의 주요 단기적 영향이 배제된 근원물가는 0%대 중반의 상승률을 유지, 일시적 요인이 사라지면 물가가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며 디플레이션 우려가 크지 않다는 정부 입장에는 동조했다.

KDI는 저물가 현상에 통화정책의 책임도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한은이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것을 단적인 사례로 지목하며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상당 기간 1% 내외에 정체되고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하락했지만 통화당국은 금리를 인상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나아가 “당시 결정문을 보면 한은이 금리 인상을 결정한 것은 가계부채, 즉 금융안정 문제 때문”이라며 한국은행법에서 금융안정 목표를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1년 한은법 개정에 따라 통화정책 목표로 기존 물가안정에 더해 금융안정이 추가됐는데, 통화정책이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 연구위원은 “금융안정은 거시건전성 규제 등 금융정책을 우선 검토해야 할 문제”라며 “통화정책은 본연의 책무인 물가안정에 중심을 둬야 한다”며 고 강조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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