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면세점 업체들의 해외시장 진출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양보할 수 없는 시장인 중국, 시장 선점이 중요한 동남아시아, 궁극의 목표인 미국 시장을 향해 롯데와 신라, 신세계가 치열하게 맞붙고 있다.
신세계면세점과 롯데면세점은 29일부터 각각 중국 위챗페이, 알리페이의 안면인식 결제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28일 나란히 발표했다. 중국 시장을 지키기 위해 양사가 묘한 신경전을 펼치는 모양새다.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는 중국의 모바일 결제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1, 2위 업체다. 스마트폰 결제가 신용카드 결제보다 보편화한 중국 관광객들을 잡으려면 결제 편의성 확보가 필수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스마트폰에 위챗 앱을 깔면 채팅과 결제 등 여러 시스템이 연동되기 때문에 중국 관광객의 쇼핑 편의성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며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함께 벌여온 위챗 서비스를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도 “중국 시장 점유율 1위인 알리페이 도입을 6개월 전부터 준비해왔다”며 “’포스트 차이나도 차이나’란 말이 있을 정도로 비중이 큰 중국 시장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은 입찰 경쟁자였던 신라면세점을 제치고 지난 24일 싱가포르 창이공항 주류ㆍ담배 사업권을 따내면서 사업 다변화 전략에도 힘이 실렸다. 롯데면세점은 창이공항점이 내년 문을 열면 지난해 2,500억원 수준이던 해외 매출이 1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해외 매장은 싱가포르를 포함하면 7개국 총 14개가 된다.
창이공항 주류ㆍ담배 매장을 놓친 신라면세점은 바로 다음날인 25일 세계 1위 기내면세점 업체인 미국 ‘쓰리식스티(3Sixty)’의 지분 44%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쓰리식스티의 지난해 매출액이 8,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업계에선 신라면세점이 창이공항 사업권 못지 않은 큰 결실을 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이미 해외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신라면세점은 국내 면세업체 최초로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쓰리식스티와의 시너지를 통해 미국 본토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시장을 놓고 벌이는 면세점들의 경쟁은 곧 국내로 옮겨올 전망이다. 다음달 14일 서울시내 면세점 3곳의 신규허가 신청 접수가 마감된다. 또 내년 8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면세점 8곳의 허가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이르면 올해 안에 새 주인을 찾는 입찰이 시작된다. 업계 ‘큰 장’이 서는 만큼 면세점들의 눈치작전이 연말을 달굴 것으로 보인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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