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대단한 변화를 이뤘던 것만 같았던 광장의 기억은 실상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허털함이 청년을 휘감고 있다.”(김영민 청년 유니온 사무처장)
지난 2016년과 2017년, 촛불 시위 주역으로 한국형 참여 민주주의의 축이 됐던 그 청년은 이번 ‘조국 대전’ 동안 어느 광장에 있었을까. 서울 서초동과 광화문 시위대 모두 ‘우리 구호에 청년들이 함께 분노한다’고 외쳤지만 정말 그랬을까.
대한민국 사회의 여론을 양분, 깊은 생채기를 남기고 있는 ‘조국 사태’가 만든 광장에 정작 대다수 청년의 목소리는 없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청년유니온,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등 청년단체들이 2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스페이스 청’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다. ‘2019년 가을, 광장을 잃어버린 청년들이 우리 사회에 묻는다’는 제목의 토론회 참석자들은 먼저 광화문도, 서초동도 아닌 제 3지대에 있던 ‘청년’을 조명했다. 한국 민주주의의 새 동력으로 평가 받던 청년층이 기성 정치 구도에 눌려 급격히 배제되고 있다는 경고음인 셈이다.
김선기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은 “새누리당-자유한국당에 큰 거부감을 가져 ‘광화문’에 반감이 있지만, 동시에 이번 정권의 여러 행보에도 커다란 실망감을 안고 있어서 ‘서초동’에 나가기 꺼려지는 무당층 내지는 정치적으로 적절히 대표되지 못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생각보다 훨씬 다수”라고 주장했다. 김 연구원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서울시 생활인구데이터 분석 결과 10월 초 광화문과 서초동 집회에 참여자 중 20대는 각각 0.9%와 5.6%에 불과했다는 최근 언론 보도를 인용하기도 했다. 탄핵 촛불 시위 당시 20대의 비중은 약 20%에 달했다. 김 연구원은 “(조국 사태) 초기에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의 ‘명문대’ 일부 학생들이 조국 퇴진 시위를 한 것이 과잉 이슈화 되었다가 후기로 갈수록 청년이라는 이슈가 아예 사라졌다”며 청년이라는 화두가 특정 사안과 정치적 이해 관계에 따라 ‘청년 팔이’로만 소비됐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이 ‘공정성’을 지나치게 협소한 시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영섭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장은 공정성 강화 등을 위해 대입 정시 비중 확대 등을 발표한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예로 들면서 청와대는 물론 여야의 무능함을 질타했다. 특히 여권의 개혁 철학 부재를 지적하며 “정시확대 발표가 나왔을 때 자유한국당의 환영 반응이 그것이다.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라며 “개혁을 하라고 했더니 엉뚱한 방향으로 후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수시든 정시든 입시의 공정함만이 과연 철학 있는 교육개혁의 방향인가”라며 반문한 후 “대학서열화를 없애고, 사학개혁을 하는 노력이 더 필요한 것이지 청년과 부모들에게 명문대를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영민 사무처장은 “청년들이 반응하는 ‘공정’은 (줄 세우기식 경쟁을 피할 수 없다면) 그럴 바에는 모두가 똑같이 경쟁하는 것이, 힘든 것이 차라리 공평하다는 것”이라며 “공정은 요구라기보다는 ‘비명’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의 (정치에 대한) 냉소를 직시해야 한다”며 “이대로는 (총선이 있는) 내년 봄에 많은 청년들이 ‘이럴려고 촛불을 들었나 자괴감이 들어’라고 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창선 PD changsun91@hankookilbo.com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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