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끼임 방지장치 설치 의무화 4년, 신축 아파트도 대부분 안 달아줘 
 입주민이 모르면 쉬쉬 넘어가더니 값싼 문닫힘 방지장치도 괜찮다는 
 법개정으로 아예 무력화시키려해… 논란 조짐에 정부 “다시 협의 중” 
손끼임 방지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문(왼쪽)과 손끼임 방지장치가 설치된 문. 경첩 부위의 틈을 막는 방식이다. 손끼임 방지 장치 제작 업체 제공

“아파트 건설사가 방문마다 ‘손끼임 방지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데, 아무도 모르고 있었던 셈이죠. 건설사는 설치하느니 과태료 내고 만다는 식이고요.”

28일 두 살 갓 넘긴 딸을 키우고 있는 장모(35)씨는 이렇게 토로했다. 장씨는 지난해 인천의 한 신축 아파트에 입주했다. 어린 딸을 키우다 보니 아무래도 사고에 더 신경을 쓰게 됐는데, 그 중 하나가 문이 닫히면서 발생할 손끼임 사고였다. 자석으로 문을 고정시키는 마그네틱 홀더를 직접 사다 달았지만, 문 닫히는 속도만 떨어뜨릴 뿐 손가락이 끼이는 것 자체를 막기는 어려워 보였다.

그러다 알게 됐다. 2015년 10월 ‘실내건축 구조 시공방법에 관한 기준’이 개정됐는데, 개정 기준에 따르면 손끼임 사고를 막기 위해 출입문 경첩부위의 틈을 없애는 ‘손끼임 방지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했다. 신축이었으니 장씨 아파트는 당연히 적용대상이었다.

하지만 건설사 측은 손끼임 방지장치를 ‘선택 품목’으로 분류, 선별적으로 제공했다. 그나마도 조악한 수준의 제품을 제시하는 바람에 입주민들 대부분은 선택하지 않았다. 뒤늦게 이 규정을 알게 된 장씨는 입주민들과 함께 항의도 했으나 건설사는 ‘과태료 5,000만원 내고 만다’는 식의 태도를 보일 뿐이었다.

전문가들은 손끼임 사고를 우습게 여기지 말라고 경고한다. ‘어린이 안전사고 동향’에 대한 소비자보호원 조사에 따르면 문끼임 사고는 2015년에 1,383건, 2016년에 1,368건, 2017년 1,367건 수준으로 발생한다. 피해자는 주로 6세 이전 아이들이다. 실제 지난해 12월엔 경남 거제의 한 신축 리조트에서 4살 여자아이 손가락이 화장실 내 유리문에 끼어 부러지기도 했다. 어린 아이들은 한창 뼈와 신경이 자라날 때라, 심한 사고의 경우 영구적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손끼임 방지장치 설치가 의무화됐다.

하지만 이 개정법안은 사문화를 넘어 아예 무력화될 위기에 놓였다. 지난 9월 국토교통부는 손끼임 방지장치 설치 의무 조항을 없앤 재개정안을 마련했다. 손끼임 방지장치, 문닫힘 방지장치, 속도제어장치 3개 중 하나를 달면 된다.

손끼임 방지장치는 개당 3만~4만원인데 반해, 문닫힘 방지장치는 3,000~4,000원 수준에 그친다. 다른 장치가 손끼임 방지장치를 대체하긴 어렵다. 허억 가천대 국가안전관리대학원 교수는 “경첩부에 생기는 틈을 없애는 손끼임 방지 장치가 아니라면 사고방지가 아예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재개정안에 대해 사실상 손끼임 방지장치 면제 방안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법무법인 강남의 이정원 변호사는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하는데 재개정안은 애초 개정안의 취지 자체를 무시하는 것”이라 비판했다.

논란이 일 조짐을 보이자 정부도 재검토에 들어갔다. 국토부 관계자는 “찬반 의견이 적지 않게 엇갈리고 있어 다시 내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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