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자 발언 논란에 임 변호사 “日 사회에 그런 인식 존재하면 ‘대면’할 필요 있어”
제작진 “‘씨’ 표현 日에선 격식 갖춘 존중어…자막 사용 신중하지 못한 점은 죄송”
KBS 시사프로그램 ‘시사직격’ 패널 발언을 두고 ‘친일방송’, ‘매국방송’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진행자 임재성 변호사는 28일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려 “프로그램 초기에 많은 분들에게 실망감을 드렸다는 점에서 안타깝다”면서도 논란이 일고 있는 부분을 짚었다. 임 변호사는 “많은 분들이 산케이와 조선일보 기자의 발언을 지적하며 친일방송, 매국방송이라고 비판하시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과, 해명 드리고 싶은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임 변호사는 먼저 “조금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은 (이번에 논란이 인) ‘특파원의 대화’ 편은 한국과 일본의 진보-보수 매체의 2 대 2 토론 형식이었다. 때문에 MC가 토론 사회자의 역할을 하여 개입도 최대한 줄였다”면서 “토론에서 일방의 발언이 프로그램 전체의 의도나 평가로 즉각 이어질 수는 없다. ‘100분 토론’에 홍준표 전 대표가 ‘내가 XXX 칼 맞는다고 했다’라고 발언했고, 그 발언이 방송에 나갔다고 해서 100분토론이 그러한 지향이나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많은 분들이 왜 분노하시는지에 대해서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다”며 “많은 분들이 산케이 기자 발언 중 ‘한일관계 문제의 원인은 문재인씨의 역사관’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방송에 내보냈다는 점을 지적하신다. 그 발언을 제가 제 입으로 다시 한 번 반복하는 장면이 방송에 나오는데, 현장에서 그 이야기를 듣는 저도 충격이었다”고 밝혔다. 임 변호사는 “그러나 그러한 인식이 일본 사회에 존재하고, 또 극단적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정도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에 ‘대면’할 필요가 있다”며 “가해국이 가해의 역사를 부정하고, 피해국 정부 수반의 ‘역사관’이 지적하는 상황을 ‘편집’해버리는 것이 아니라, 대면하고 논쟁하고, 왜 그런 인식이 존재하는지를 분석하는 것이 시사직격의 목표였다”고 전했다.
임 변호사는 “조선일보 기자의 1965년 청구권협정에 대한 발언 역시, 2018년 대법원 판결과 반대되는 주장과 분석이지만, 법률가들과 학계에서 소수파라고 평가하기 어려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인식”이라며 “저를 포함한 강제동원 소송에 참여한 법률가들과 지원단체들은 오랜 시간 그것에 맞서 변론을 하고, 운동을 해왔다. 프로그램 내에서 충분히 논박하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이 역시 우리가 대면해야 할 우리 사회 내부에 존재하는 목소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반론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한 것 아니냐’, ‘산케이-조선일보 기자들의 입장만이 부각되었다’라는 비판은 역시 새기겠다”고 덧붙였다.
문제가 된 방송은 지난 25일 방영된 ‘한일관계, 인식과 이해 2부작 - 2편 한일 특파원의 대화’ 편이다. 이 자리에는 구보타 루리코 산케이신문 해설위원, 나카노 아키라 아사히신문 논설위원, 선우정 조선일보 부국장 겸 사회부장, 길윤형 한겨레 기자 등이 패널로 출연했다.
당시 방송에서 구보타 해설위원은 “지금 일본의 ‘혐한’ 분위기는 사상 최악”이라며 “한국을 옹호하는 국민은 거의 없을 거다. 한일관계가 어려움에 봉착한 원인은 문재인씨의 역사관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후 시사직격 시청자 게시판에는 구보타 해설위원이 발언이 지나치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또 이 발언을 그대로 내보낸 시사직격에 대해선 ‘매국방송 아니냐’는 항의 글도 잇따랐다.
조선일보 도쿄특파원 출신 선우정 조선일보 사회부장 발언도 논란이 됐다. 선 부장은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 당시 받은 돈으로 한국은 경제 성장을 이뤘다면서 그 돈으로 피해자에게 배상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우리가 받은 돈이 과거사에 대한 배상이 아니라면 이 돈은 뭔가”라며 “이 돈으로 포스코와 경부고속도로, 소양감댐을 지으면서 경제 발전에 중요한 종자돈으로 썼다. ‘조상의 고난이 헛되지 않았어’라고 믿고 우리 산업사회의 정당성을 위해서라도 ‘조상의 핏값’으로 인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사직격 제작진은 28일 오후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내고 “시청자의 매서운 지적에 대해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방송을 제작함에 있어서 한일관계에 대한 문제를 더 깊이 있게 성찰하고 책임감을 갖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1965년 청구권협정, 2018년 대법원 판결, 한일관계 갈등의 원인 부분에 있어서 50분이라는 편성 시간으로 인해 충분한 공방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며 “또한 한겨레신문 기자와 아사히신문 기자의 반론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다는 비판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전했다. 이들은 “많은 시청자께서 산케이신문 기자를 패널로 선정한 것을 비판하신다”며 “현재 아베 정권은 평화헌법 개정을 목표로 우편향되어 있다. 산케이신문은 이런 아베 정권과 같은 편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한일관계에 대한 아베 정부의 입장을 듣기 위해서는 산케이신문과 같은 보수우익 매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일본 여론조사에서 80-90%의 사람들이 ‘한국 대법원 판결을 이해할 수 없다’라고 응답하고 있다”며 “일본 언론에서는 매일 혐한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한국에 부정적 발언이 ‘장사’가 되는 현실이다. 이런 일본의 현실을 온전히 보여드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산케이신문 기자의 ‘문재인씨’ 논란과 관련해서 일본에서는 ‘~씨’라는 표현이 격식을 갖춘 존칭어로 사용되고 있다”며 “아베 총리를 지칭할 때도 출연자 모두 ‘~씨’라는 표현을 총리라는 단어와 함께 사용했다. 산케이신문 기자가 문재인 대통령을 함부로 언급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주시기 바란다. 다만 제작진이 자막을 사용함에 있어 국민 정서를 더 고려하여 신중하게 사용하였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하여 불쾌함을 드린 점, 아쉽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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