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일본 조조챔피언십 우승 PGA 투어 최다 82승 스니드와 타이
37년 전 7살 꼬마와 70세 노인으로 함께 라운딩… 우즈 해저드샷에 “꽤 치는군”
198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저신토 소보바 스프링스 골프장에서 당시 70세의 샘 스니드(왼쪽)와 7살의 타이거 우즈가 만났다. 우즈가 스니드로부터 사인을 받고 있는 모습. 트위터 캡처

1982년 어느 날의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저신토 소보바 스프링스 골프장. 일흔이 된 샘 스니드(1912~2002)가 자선 골프행사를 열었다. 스니드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역대 최고 선수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레전드. 당연히 그와의 라운딩을 원하는 수많은 기부자들이 골프장으로 모였다. 인심이 좋았던 이 백발의 노인은 한 명당 2홀씩 18홀을 돌며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줬다.

스니드가 지겹다고 느낄 때쯤 7살짜리 흑인 소년의 차례가 왔다. 아버지, 코치와 함께 이곳에 온 소년은 자신도 프로를 꿈꾼다며 스니드와 간단히 인사를 나눴다. 둘은 첫 번째 파3홀에서 경쾌하게 티샷을 날렸다. 스니드의 공은 당연히 그린에 안착했지만, 소년의 공은 해저드로 향했다. 공의 절반이 물에 잠겨 그대로 세컨드 샷을 쳤다간 그린을 놓칠 가능성이 높았다.

스니드는 소년에게 인심 쓰듯 “이봐, 그냥 드롭해서 치는 게 어떠냐?”라고 물었다. 소년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스니드를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곧장 물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는 힘차게 아이언을 휘둘렀고, 공은 그린 위에 정확하게 떨어졌다. 그 꼬마가 훗날 ‘골프 황제’가 된 타이거 우즈(44)였다. 당시 우즈의 코치였던 루디 듀란은 “우즈가 그린에 공을 올리자 스니드가 ‘꽤 잘 치는군’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제는 자신도 전설이 된 우즈가 37년 전 자신이 만났던 전설의 대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한 명은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두 전설이 63년의 나이 차를 넘어 역사 속에서 다시 한 번 만나게 된 순간이었다.

우즈는 28일 일본 지바현 인자이시 아코디아 골프 나라시노 컨트리클럽(파70ㆍ7,041야드)에서 열린 PGA 투어 조조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3타를 줄여 합계 19언더파로 마쓰야마 히데키(27ㆍ일본)를 3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4월 마스터스 이후 6개월 만에 또다시 PGA 투어 우승에 성공한 우즈는 스니드의 투어 통산 최다 우승 기록(82승)과 타이를 이뤘다. 우즈는 “82는 엄청난 숫자”라며 “23년 전 첫 우승 때만 해도 스니드의 승수는 상상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오늘의 우승은 정말 미쳤다(crazy)”라며 기쁨을 숨기지 못했다.

타이거 우즈가 28일 일본 타이거 우즈가 28일 일본 지바현 인자이시 아코디아 골프 나라시노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PGA 투어 조조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우즈는 역대 최다승으로 골프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것과 동시에 차별에 맞서 싸웠다는 점에서 스니드와 닮았다. 버지니아주 시골 출신인 스니드는 귀족스포츠인 골프계에서 촌스러운 ‘시골뜨기’ 취급을 받았다. 스니드는 주변의 업신여김을 이겨내고 마스터스 3회ㆍPGA챔피언십 3회ㆍ디오픈 1회 등 엄청난 성적을 남겼다. 다만 US오픈에서는 고비 때마다 미국골프협회(USGA)의 노골적인 차별대우를 받아 우승을 기록하지 못했다.

우즈도 마찬가지였다. 우즈는 1990년까지만 해도 흑인 회원을 받지 않던 오거스타에서 1997년 흑인 최초 우승을 차지하며 인종 차별에 종지부를 찍었다. 2000년에는 디오픈까지 제패하며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 실력으로 모든 걸 이겨냈다.

우즈는 이제 한 번만 더 우승을 추가하면 스니드를 넘어 역대 최다승 신기록을 세우게 된다. 2009년 이후 성추문과 허리 부상으로 은퇴 위기까지 몰린 그지만 올해 4월 마스터스 우승에 이어 무릎 수술 이후 2개월 만에 조조챔피언십 타이틀까지 따내며 자신감을 완전히 회복했다. 이제 우즈에게 남은 기록은 잭 니클라우스의 메이저 최다승 기록(18승)뿐이다.

역대 PGA 투어 최고령 우승(52세), 메이저 최고령 컷통과(67세) 기록 보유자이자 ‘미스터 장수(Mr. Longevity)’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스니드는 90세에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까지 골프를 칠 정도로 건강했다고 한다. 우즈가 스니드의 반만큼만 건강 관리를 잘 할 수 있다면 PGA 투어의 모든 기록을 깨기에 충분하다는 전망이다.

우즈와 스니드의 만남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하나 더 있다. 1992년 당시 16세의 나이로 US주니어 아마추어 챔피언으로 군림하던 우즈는 LA오픈에 초청 선수로 참석했다. 그 해 이 대회 수상자로 내정된 사람이 다름 아닌 79세의 스니드였다. 스니드는 고령임에도 “우즈의 플레이를 직접 확인하고 싶다”면서 모든 홀을 따라다녔다. 그는 우즈에게 “자네 이야기를 많이 들었네. 계속 그렇게 훌륭히 플레이해주게”라며 응원했다고 한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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