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발언과 핵심사상을 집대성한 책자를 27일 전국에 배포했다.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제19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 개막을 하루 앞두고 시 주석 중심의 지배체제를 부각시켜 장악력을 과시한 셈이다. 미중 무역전쟁과 홍콩 사태, 여기에 후계자설까지 불거져 뒤숭숭한 상황에서 민심을 추스르는데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 주목된다.
28일 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공산당 중앙 당사와 문헌연구원이 제작한 ‘모든 사업에 대한 당의 영도 견지를 논함’이라는 제목의 책자가 전날 중국 전역에서 발간됐다. 시 주석의 2012년 11월 공산당 18기 중앙정치국 제1차 단체학습 주제 연설을 시작으로 올해 7월 ‘중앙과 국가기관의 당 건설’ 실무회의에 관한 연설 등 70여편, 14만자가 담겼다.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비롯해 리더십, 경제, 규율, 개혁 등 12개 부문으로 나뉘어 당의 영도를 강조하고 있다. 당은 오류가 없고, 당이 곧 국가를 표방하는 중국에서 시 주석의 발언과 사상을 통해 당의 위대성과 국민의 단합을 역설한 셈이다.
중국은 지난해에도 같은 제목의 시 주석 어록을 발간한 적이 있다. 또 3월에는 일선 군부대에서 과거 1960년대 마오쩌둥(毛澤東)을 연상시키는 어록을 배포해 장병들이 암송하는가 하면, 10월에는 국경절 연휴 황금시간 TV프로그램에 ‘시진핑 사상’을 묻는 퀴즈쇼가 이례적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중국은 2017년 10월 제19기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통해 시진핑 사상을 당장(黨章)에 공식 명기한 데 이어, 지난해 3월 양회를 통해 국가주석의 3연임 제한규정을 철폐해 장기집권을 가능하도록 길을 텄다.
따라서 시 주석의 집권 기반을 공고히 하려는 일련의 과정에서 이번 책자가 새로울 건 없다. 다만 지난해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미국과의 무역전쟁과 홍콩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시 주석 책임론이 불거지는 시점이다. 4중전회가 28일 개막했지만 지난해 2월 3중전회 이후 역대 최장인 20개월이 지나서야 열릴 만큼 중국 지도부의 고민이 깊다.
특히 시 주석이 지난 24일 주재한 정치국 회의에서 국가 통치체계와 통치능력의 현대화를 4중전회 의제로 거론하면서 중국 지도부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정치국 상무위원을 7명에서 9명으로 늘리거나, 시 주석의 후계자가 등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시 주석 어록을 전격 배포해 불가침의 권위를 내세우며 그의 사상을 중심으로 뭉치도록 재차 강조하면서, 이번 4중전회를 통해 당장 권력지형에 균열이 생길 가능성은 높지 않을 전망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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