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대의원회의, 아마존 기혼자에 서품 부여 권고… 교황, 연말까지 최종 결론
900년 된 가톨릭 사제의 ‘독신주의’ 전통이 허물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남미 아마존 지역에 국한되지만 기혼 남성이 사제가 될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이다. 최종 결정은 프란치스코 교황 손에 달려 있다.
26일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바티칸에서 열린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는 아마존 지역에 한해 남성 기혼자에게 사제 서품을 주는 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28표, 반대 41표로 통과시켰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교황이 소집한 주교회의가 독신 전통에 관해 역사적 변화를 승인한 것은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사제 독신 요건 완화는 6일 개막한 이번 시노드의 최대 쟁점이었다. 먼저 찬성 측은 아마존의 경우 신부(神父)가 절대 부족해 미사를 열 수 없다는 현실론을 들었다. 개신교의 적극적 포교 활동으로 갈수록 가톨릭 입지가 위축되는 점도 변화가 필요한 이유로 제시됐다. 반면 보수 성직자들은 오랜 전통의 파괴는 교회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교황청 주교성 장관인 마르크 우엘레 추기경은 “독신 완화 정책은 궁극적으로 복음 전파에 역효과를 부를 것”이라고 비판했다.
성서에서는 사제의 결혼을 금지하고 있지 않다. 개신교나 동방정교회, 성공회 등 다른 기독교 종파는 대부분 혼인과 출산을 허락한다. 가톨릭도 교회 초기엔 사제 결혼 문제에 특별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으나 중세 들어 종교의 세속화가 논란이 되자 ‘금욕’을 강조하는 쪽으로 바뀌었고, 1123년 제1차 라테라노 공의회에서 독신제를 도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급속한 사회 변화가 진행된 20세기 중반 독신주의는 다시 한번 공론에 올랐다. 그러나 1967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도 당시 교황 바오로 6세는 “독신은 목회 사역을 강화하는 일”이라며 결혼 불허에 쐐기를 박았다.
시노드 표결은 구속력이 없는 권고사항에 불과하다. 연말까지 프란치스코 교황이 결론을 내려야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교황은 지금까지 “가톨릭의 축복”이라며 독신주의를 옹호했지만, 평소 교리가 아닌 규율과 전통에는 열린 자세를 보여온 점으로 미뤄 찬성 입장으로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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