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남산을 찾은 500여 마리의 반려견과 자원봉사자 도움으로 간만에 산책을 즐기는 유기견들의 귀여운 모습에 박원순 서울시장의 ‘개도축 제로 도시’ 선언까지.
지난 26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 백범광장에서 열린 ‘제486회 한국일보 거북이마라톤’의 의미는 특별했다. 1978년 5월 시작된 거북이마라톤에서 반려견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행사에 참가한 반려인과 반려견의 얼굴에서도 종일 웃음꽃은 피어났다..
박 시장은 걷기행사 전 단상에 올라 “법적으로 제지할 방법이 없어 무려 수년이 걸렸지만 끊임없는 권유와 압박으로 결국 이뤄냈다”며 “지난 24일 개도축장 3곳이 문을 닫으면서 서울시 관내에서 개도축 시설을 완전히 없앴다”고 깜짝 발표했다. 박 시장은 이어 “이제 서울은 개도축 제로 도시”라고 선언하자, 참가자 1,000여 명은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걷기대회에 나선 박 시장은 이날 자신의 반려견 ‘대박’이 아닌, 유기동물 보호입양단체 ‘동행’이 이날 행사에 데려온 ‘밤이’(레브라도 리트리버)와 함께 행사에 동참했다.
행사 당일 오전 8시30분 백범광장을 출발해 북측순환로 반환점을 돌아 다시 백범광장으로 돌아오는 5㎞ 구간을 약 2시간 가량 걷는 행사 내내 참가자들과 반려견은 흐뭇해 했다. 예비 처남과 함께 반려견 고똥(프렌치불독)을 데리고 행사와 왔다는 고기호(30)씨는 “태어난 지 3개월만에 유기된 고똥이 이제 가족이 된지도 4개월이 됐다”며 “예비처남이 개를 좋아해 서로 빨리 친해진 거 같다”고 말했다. 또 이날 봉사자로 참가해 유기견 ‘더더’(비글)와 산책한 김민선(세화여고2) 학생은 “동물을 좋아하는데 집에서 키우지 않아 유기견 산책 자원봉사에 미리 신청해 참가하게 됐다”며 “수의사가 목표인 만큼 봉사활동 후에 곧바로 학원을 갈 것”이라며 웃었다.
이날 산책을 마친 반려견들은 행사주관사인 ㈜동그람이에서 마련한 완주증을 받았다. 또 행사협찬사인 삼화페인트가 준비한 친환경 수성페인트로 완주증에 발바닥 페인팅을 하고 반려견용 아이스크림을 맛보는 등 색다른 경험도 체험했다. 참가자들 역시 산책하는 동안 반려견들의 배설물을 치우는 등 성숙한 반려문화를 보여줬다. 이날 참가자들은 “이렇게 많은 반려견들이 한데 모여 서울 시내를 산책한 것은 처음”이라며 “이런 행사가 또 열리면 다시 참가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태무 동그람이 팀장 santafe2904@naver.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