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법안 통과 위해 바른미래당 등과 선거법 협상 관건
접점 카드로 ‘의석 확대’ 또 거론… 與 “역풍 불라” 신중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오른 검찰개혁 법안의 29일 국회 본회의 부의가 예정된 가운데, 여론에 민감한 ‘국회의원 정수(定數) 확대’ 문제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패스트트랙 협상 국면에서 이해관계의 교집합을 꿰 맞출 마지막 퍼즐로 의원 정수 확대가 꾸준히 지목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제기된 ‘확대 검토설’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화들짝 놀라 “당론은 현 정수(300석) 유지”라고 강조하는 등 손사래를 쳤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여당의 속셈이 드러났다”며 공세의 빌미를 쥐고 나섰다.
의원 정수를 늘리는 방안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학계 등에서 꾸준히 권고돼 온 사항이다. 의원 1인이 대표하는 인구수가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많아 대표성은 떨어지고 특권만 강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국민 여론은 반대가 압도적이다. 비용 증가에 대한 반감, 국회와 정치 전반에 대한 불신이 종합된 결과다. 학계에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지만, 현실적으로 각 정당이 먼저 선뜻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서긴 어려운 구도다. 특히 ‘동물국회’, ‘식물국회’ 비판을 한 몸에 받아온 현 20대 국회의 처지나, ‘조국 사태’로 여론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여당이 이를 먼저 주장하고 나서는 자체를 역풍을 부를 ‘자책골’로 여기는 분위기다.
그런데도 패스트트랙 협상 국면에서 이 문제가 배제되지 않고 거론되는 것은, 양대 개혁법안을 둘러싼 각 당의 이해관계를 모두 충족시킬 접점의 끝에 ‘의원 정수’가 자리하기 때문이다. 우선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처리에 사활을 건 만큼, 공수처법 통과를 담보하기 위해선 역설적으로 지난 4월 공조한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과의 ‘선거법 협상’이 관건이다.
이들 야당은 검찰 개혁법안과 선거제 개혁법안의 ‘패키지 처리’를 주장한다. 만일 당초 협상 내용대로 한날 선거제 개혁법안, 검찰개혁법안의 순서로 표결에 부칠 경우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유지된 공조’ 속에 공수처 설치도 담보할 수 있는 상황에 놓인다. 지역구 축소로 영향을 받는 당내 이탈표 단속 및 대야 협상이 필사적 과제인 것이다. 캐스팅보트 격인 평화당과 대안신당에서는 호남 지역구 축소 방지를 위해 의원정수 확대를 포함한 각론의 수정 여지를 언급하고 있고, 정의당, 바른미래당 일각 역시 ‘국회 예산 동결을 전제로 한 의원 정수 330석’ 안에 긍정적이다.
한국당은 '비례대표 폐지 및 의원정수 270명 축소'를 주장해왔지만, 우리공화당의 교섭단체화를 의식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반대할 뿐, ‘정수 축소’를 통해 얻을 실익은 전무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특히 ‘어깃장 전략’을 고수하다 현 안이 통과될 경우 지역구가 사라지는 당내 의원들의 반발과 역풍을 잠재울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점도 한국당 지도부의 막판 협상 여지를 남기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범여권 한편에선 압도적 반대가 대세인 국민 여론을 설득하기 위해 △전체 예산은 동결한 채로 정수를 확대하는 방안 △엄격한 ‘일하는 국회법’을 도입해 정치혐오를 불식하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이에 대해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27일 기자간담회에서 "현행 300석에서 10% 범위에서 확대하는 그런 합의가 이뤄진다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해 다시 총대를 메고 나섰다. 그는 “(당초) 의원 세비 총액을 동결한다는 전제 위의 의원 정수 확대는 오랜 논의로 지난 1월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포함한 여야 5당 원내대표가 '10% 이내에서 확대'에 이미 합의했다"면서 "한국당이 갑자기 선거제 개혁을 전면 반대하면서 의원정수 확대가 (상정 법안에) 고려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시 한국당이 논의에 동참한다면 지난 1월 합의에 기초해 추가논의가 가능하다"며 "결정은 국민이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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