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회, 공공기록화ㆍ추모공원 조성 촉구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코 끝이 찡해집니다.”
중·고등학생 등 57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천 인현동 화재 참사 20주기를 사흘 앞둔 27일 이재원(68) 유족회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당시 고2였던 아들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라며 “유족들은 원칙이 지켜져 비슷한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인현동 화재 참사가 시민들에게 기억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인현동 화재 참사는 1999년 10월 30일 인현동 4층짜리 상가 건물 지하 노래방에서 난 불이 불법 영업 중이던 2층 호프집까지 번지면서 발생했다. 당시 불로 호프집에 있던 중·고교생 등 57명이 숨졌고 80명이 다쳤다.
인현동 화재 20주기를 맞이한 가운데 사라져가는 개인의 기억과 지난 20년간 감춰져 있던 행정자료 등을 모아 기록하고 시민에게 잊혀가는 추모공간을 공원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족회와 5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인현동화재참사20주기추모준비위원회’는 인천시와 중구청, 인천시교육청을 상대로 참사 관련 미공개 행정자료와 유족 기억, 증인 진술 등을 수집해 공적기록물로 제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유족들이 세운 희생자 명판과 위령비가 있는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야외주차장의 추모공원화도 요청했다. 현재 추모시설은 명판과 위령비가 전부다. 공간 참사를 기리고 청소년들이 머물 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2004년 지었지만 단순 문화시설로 치부되고 있는 학생교육문화회관의 건립 취지를 명시하는 표지석 설치 또한 요구하고 있다. 유족회에선 별도로 참사 당시 숨진 아르바이트생(당시 고3)에 대한 보상까지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장한섬 추모준비위 총무는 “정부와 인천시는 인현동 화재 참사를 업주의 불법영업과 청소년 일탈로 발생한 호프집 화재로 축소하고 졸속 처리했다”라며 “당시 자극적인 언론 기사는 희생자 유족과 지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는데, 이는 세월호 참사에서 그대로 재현됐다”고 꼬집었다. 장 총무는 이어 “인현동 화재 참사 후 공적 책임과 시스템 점검이 있었다면 세월호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다”라며 “희생자 명예를 회복하고 유족 아픔을 치유하고 건강한 지역공동체와 사회 치유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지금이라도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모준비위는 이달 28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를 추모 기간으로 정하고 학생교육문화회관 전시실에서 참사를 주제로 한 그림과 사진 작품, 희생자들 유품 등을 전시한다. 다음달 2일에는 인천 동구청소년수련관 공연장에서 참사를 기억하고 청소년 인권 보장 방안을 모색하는 추모문화제도 연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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